사설

김건희 특검법이 “악법”이라는 한동훈, 호위무사 자처하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국회에서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고 있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내년 총선에서 여러 독소조항이 있는 김건희 특검법을 야당이 정치적으로 활용할 거라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이 지난 4월27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한 의혹을 규명하자는 법안이다. 최장 240일이 경과되는 오는 22일 이후 첫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악법은 국민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한 장관이 빗장을 친 것이다. 국회법 절차를 거친 특검법을 ‘악법’이라 매도한 건 법무·정치의 경계를 넘는 ‘방탄 국정’이자, 주무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한 장관 발언엔 특검 추천권을 가진 야당 주도로 수사 상황이 실시간 언론에 공개될 경우, 여권으로선 총선 악재가 되고 특검 수사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배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겠다는 여당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지인 동반 해외 순방, 관저 공사 수의계약 특혜 논란 등 그간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건건이 여론의 분노를 샀다. ‘김건희 리스크’가 일으킨 국론 분열과 정치 갈등을 앞장서 해소하는 게 특검법 이행을 주도해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서 마땅한 자세 아닌가.

한 장관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몰카 공작”이라며 “시스템에 맞춰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함정 취재’ 방식의 보도윤리 문제는 숙고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 역시 객관적 사실로 드러난 김 여사 처신 문제는 별개 사안이다. 야당은 이 사안도 특검법에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한 장관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물망에 올라 있다. 그 자리의 최우선 임무는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이고, ‘김건희 리스크’는 여권 혁신의 핵심과제이다. 그런데 김 여사 비위 혐의를 덮고 가자며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인물에게 여당은 비상체제를 이끌 키를 맡길 것인지 묻는다. 굳이 ‘한동훈 비대위’를 꾸리겠다면, 여당은 ‘용산 출장소’를 벗어날 수 있을지부터 국민 눈높이에서 냉철히 직시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하기 위해 입장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하기 위해 입장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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