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신대 강제출국’ 사태, 한국에 외국인 인권은 존재하나

이주인권단체 소속 활동가들과 강제 출국된 학생의 가족이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한신대 강제 출국 사건의 책임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주인권단체 소속 활동가들과 강제 출국된 학생의 가족이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한신대 강제 출국 사건의 책임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경기도 소재 한신대학교가 최근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을 강제출국시킨 사건은 한국 사회가 비서양권 외국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돈벌이가 될 때만 환대할 뿐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차별 본색’을 드러내는 민낯이 부끄럽다.

지난달 27일 한신대는 어학당에 재학 중이던 우즈벡 학생 22명을 ‘출입국 관리소에 가야 한다’고 속이고는 귀국행 비행기에 강제로 태웠다. 사설 경비업체까지 동원한 한신대 측은 “학교를 대상으로 소송하면 등록금 환불 및 혜택을 보장할 수 없다”는 공문으로 학생들을 겁박까지 했다고 한다. 이들이 ‘3개월 이상 1000만원 이상 잔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불법체류자가 되면 향후 유학생 모집에서 불이익을 우려한 대학 측이 인권침해를 자행한 것이다. 교육부가 오는 2027년까지 유학생을 30만명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니 여타 대학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잇따를 우려가 크다.

이주인권단체들은 법무부가 “이번 사태의 1차적 원인 제공자”라고 지적한다. 법무부는 베트남·우즈벡 등 두 국가 학생들에게만 ‘3개월 이상 1000만원 잔액 유지 필수’라는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 특정 국가 유학생들을 잠재적 불법체류자로 간주하면서 관리책임을 대학 측에 전가한 것이 한신대의 강제출국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불법 체류자 단속을 강화한 법무부는 올해 “미등록 체류자를 역대 최다 적발”했다고 자랑한 바 있다. 정부는 내년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를 역대 최다인 16만5000명으로 늘리겠다는데, 처우 개선은커녕 단속 일변도의 고압적 태도로 어떻게 이민정책을 꾸리겠다는 건지 도통 모를 일이다. 이주노동을 희망하는 베트남인들이 ‘국가를 차별하는 한국’ 대신 일본을 택한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겠는가.

한국은 내년에 외국인 비중이 인구의 5%를 넘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 시대를 맞는다. 외국인을 수단으로만 여기는 현 정부의 인식은 이들의 인권을 저해할뿐더러 미래 사회통합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그 차별적 태도가 유학생들에게까지 이어진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 사회에 공개적으로 보내는 협박장”이라는 이주인권 활동가들의 비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낡은 단일민족 신화와 외국인 차별을 깰 적극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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