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반도체·중 희토류’ 갈등 격화, 수입선·통상외교 답 찾으라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를 겨냥해 새 규제안을 발표하자 중국이 곧바로 희토류 가공기술 수출 금지를 들고나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내년 1월부터 자국의 주요 기업 100여곳을 상대로 ‘범용 반도체’ 조달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범용 반도체는 구형 설비로 제작하는 저성능 반도체로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커지고 있다.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은 막았으니 저가의 중국산 반도체 수입도 추가로 막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중국 상무부도 같은 날 ‘중국의 수출 금지·제한 기술 목록’을 발표했다. 반도체 등에 쓰이는 희토류 가공기술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 희토류 기술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희토류를 가장 많이 거래한 나라가 미국이다. 중국은 지난 8월 반도체 소재인 게르마늄·갈륨 수출을 통제했고, 최근에는 2차전지 핵심소재인 흑연 수출을 제한했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금액 비율이 지난해 기준 84%이다.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미국의 범용 반도체 조달 조사가 시작되면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엔 국내 전기자동차·의료기기 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엔 EU도 공급망 우위 기술을 무기화하고 자국 우선주의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인 녹색산업법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도체와 희토류 공급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한국 경제에 대형 악재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경제안보를 전담하는 안보실 3차장직을 신설했다. 여야 합의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 제정안도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수입처 다변화로 2030년까지 반도체·희토류·요소 등 핵심 품목의 중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말처럼 쉽지 않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외국의 갑작스러운 보호무역 장벽으로 기업들이 유탄을 맞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상단 중간부터 시계방향으로 각종 전자기기에 필요한 희토류인 프라세오디뮴, 세륨, 란타넘, 네오디뮴, 사마륨, 가돌리늄. 미국 농무부 제공

상단 중간부터 시계방향으로 각종 전자기기에 필요한 희토류인 프라세오디뮴, 세륨, 란타넘, 네오디뮴, 사마륨, 가돌리늄. 미국 농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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