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승만 찬양’ 일색인 국방부 교재, 또 이념전쟁 불지피나

국방부가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를 개편해 이달 말부터 전군에 배포한다고 26일 밝혔다. 북한이 주적이라는 인식을 장병들에게 명확히 심기 위한 교육자료라고 한다. 그러나 내용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과도한 ‘편향·왜곡’ 기술이 보이고, ‘반공·반북한이면 독재도 무방하다’는 위험한 인식도 드러난다. 장병들을 민주시민이 아니라 극우 이념 전사로 무장시키려는 것인지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

교재는 전직 대통령 중 유일하게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거명하면서 “이승만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혜안과 정치적 결단으로 공산주의 확산을 막았다”고 기술했다. 또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 한·미 동맹 토대를 놓았다며 그 이름을 15차례나 기술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해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가 항거하는 국민 186명을 숨지게 한 과오는 송두리째 빼놨다. 전형적인 역사 왜곡이자 독재 찬양이다. 헌법 전문에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돼 있는데 이승만은 그 ‘불의’의 명백한 당사자다. 그럼에도 이승만 찬양 일색의 교재를 군에 배포하는 건 헌법 정신에도 어긋난다.

교재는 전후 고도성장과 관련해 정부의 “집념”과 미국 원조를 강조한 반면 과오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오도 발생했다”고만 했다. 5·16 쿠데타, 12·12 군사반란 등 군의 부끄러운 역사를 ‘일부 과오’로만 축약한 건 일본 교과서의 한국침략 기술 방식과 다를 게 없다. 한·일관계도 역사·영토 갈등은 빼고 “신뢰회복을 토대로 미래 협력과 동반자적 관계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국가안보에 있어 외부의 적 못지않게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내부의 위협세력”이라는 대목도 독단적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군이 군사반란에 나서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던 것 아닌가.

국방부는 북한의 위험성을 인식시키고, 올바른 대적관을 확립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군 내부용 교재라고 해도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역사인식과 동떨어진 편향·왜곡 기술은 묵과할 수 없다. 병역의무로 입대한 수십만 병사들이 원치 않는 ‘극우적 이념교육’ 피해자가 될 우려도 있다. 국방부가 홍범도 흉상 철거에 이어 이념전쟁을 본격화하며 한국 사회를 갈라치기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방부는 문제의 교재를 폐기하고, 집필진을 다시 구성해 편향·왜곡 기술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방부가 이달 말 장병들에게 배포할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표지사진.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이달 말 장병들에게 배포할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표지사진.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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