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도 영토분쟁 지역’ 군 교재, 편중외교가 빚은 참사 아닌가

지난 21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독도의 서도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 울릉군 실시간 영상에서 갈무리.  연합뉴스

지난 21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독도의 서도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 울릉군 실시간 영상에서 갈무리. 연합뉴스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서 독도를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지역으로 언급한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이 교재에 수록된 한반도 지도에는 독도가 일관되게 빠졌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 교재의 일선 부대 배포를 강행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즉시 시정’을 지시하자 돌연 태도를 바꿔 교재를 전량 수거·폐기하겠다고 물러섰다. 한심한 작태다.

문제가 된 부분은 “댜오위다오, 쿠릴열도, 독도문제 등 영토분쟁”이 벌어지고 있어서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온다. 미국 국방부 같은 제3자가 취하는 기술 방식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만약 제3자가 이렇게 말해도 한국 정부는 엄중히 항의해야 할 사안이다. 이것이 교재 집필진의 단순한 실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재 속 한반도 지도에도 독도가 하나같이 누락된 걸 보면 중대한 판단 착오나 의도적 기술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방부가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군 장병 정신교육 교재의 해당 부분.  연합뉴스

국방부가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군 장병 정신교육 교재의 해당 부분. 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예고된 참사인지도 모른다. 정부는 5년 만에 군 교재를 다시 쓰며 일본과의 우호 관계에 많은 비중을 뒀다. 그것은 “주적” 북한과 대결하기 위해 다른 문제들은 모두 부차적이라는 윤 대통령 인식과도 관계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발 안보위기를 강조하며, 한·미·일 협력 강화에 모든 걸 걸다시피 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를 졸속 봉합하며 일본 정부에 과거사 문제의 면죄부를 줬다. 미국의 환영 속에 한·미·일 3국 동맹에 가까운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동참했다. 한반도 해상에서 일본군까지 참여하는 연합군사훈련이 일상다반사가 됐다. 군은 통수권자의 이러한 기조를 내면화해 수미일관하게 교재를 만들지 않았을까.

이 교재는 이승만 독재를 미화하고, 박정희·전두환 군부 쿠데타의 과오를 축소해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때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윤 대통령의 묵인 아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독도 문제가 나오고 나서야 여론 추이에 놀란 대통령실이 나섰지만 때는 늦었다. 이번 파문으로 구조적 문제의 일단이 드러났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 이념 전쟁에 매몰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국론 분열을 조장해 오히려 국가안보에 해가 되고 있다. 당연히 신 장관과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이런 참사를 낳은 구조적 요인인 미·일 일변도 외교도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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