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출생률을 반전시키려면 여성 고용이 안정돼야 한다고 국회 입법조사처가 분석했다. ‘20~30대 여성의 고용·출산 보장을 위한 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다. 입법처는 “기혼 여성의 출산장려와 초기 아동 양육지원 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왔던 저출산 정책의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만혼 때문에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옛말이고, 여성들이 아예 결혼과 출산을 외면하는 ‘중세 유럽 흑사병’ 수준의 인구 감소에는 처방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여성 노동참여율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이 함께 높아지는 추세를 근거로 든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지원정책을 펴면서 여성들이 더 이상 ‘아이냐 일자리냐’ 선택에 내몰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는 25~49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83%가 넘는데 합계출산율은 재작년 1.79로 유럽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독일은 통독 이후 급락한 출산율을 2021년 1.58로 반등시켰다. 여성의 고용을 유지하고 노동시간에 대한 자율권을 주면서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철저히 보장하는 성평등 정책을 2017년 도입했다. 기존 가족정책만으로는 부족했다고 본 것이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출산 적령기인 30대 여성고용률은 남성보다 25%포인트나 낮고, 비정규직 비율은 높으며, 남녀 임금격차는 오랜 시간 OECD 최악이다. 경쟁·압력이 심하고 구조적 차별이 만연한 노동시장에서 여성은 경력단절과 가사·돌봄노동 부담을 걱정한다. 내년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악인 0.65명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30만명대로 감소한 초등학교 신입생은 내후년엔 20만명대로 급락할 것이라고 한다. 이대로는 2062년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세계 최고가 되고, 경제규모와 사회안전망 축소를 넘어 국방까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저출생 해결 방안으로 육아휴직급여 확대 등을 내놓고 있지만 기존 가족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출산 인센티브’ 수준에 그친다. 여성들이 마음 놓고 출산과 육아라는 본연의 권리와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의 관점에서 저출산 완화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차별적인 노동시장 관행을 고치고, 성별에 따라 직종을 분리하는 이중구조를 완화하고, 출산·양육으로 직장 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구재앙을 막으려면 비상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