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 대주주들의 무성의한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다. 태영그룹 총수 일가는 당초 약속한 태영건설 직접 지원 대신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를 통한 우회 지원이라는 꼼수를 내놨다. 대주주가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뼈를 깎는 자구안 제시는 없어 채권단 반발과 워크아웃 무산 위기에 봉착했다.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5일 윤석민 회장에게 416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윤 회장이 채권단에는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금액인 416억원을 출연해 태영건설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해놓고, 이 돈을 티와이홀딩스의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티와이홀딩스의 자회사 매각대금 890억원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지 않고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의 연대채무를 상환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태영그룹 지배구조는 윤석민 회장→티와이홀딩스→태영건설·SBS미디어홀딩스 형태를 띠고 있다. 윤 회장이 태영건설에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것과 티와이홀딩스를 거쳐 투입하는 것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자본 운용이다. 채권단은 윤 회장이 사재를 출연한 것처럼 포장했지만 태영건설 최종 부도를 염두에 둔 ‘꼬리자르기’ 전략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태영건설이 망해도 티와이홀딩스 지배는 강화해 주요 자회사인 SBS 등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윤 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지분은 25%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티와이홀딩스 시가총액(2200억여원)을 고려하면 영구채의 주식 전환 시 윤 회장은 18% 안팎의 지분율을 추가할 수 있다.
태영그룹 총수 일가가 정치권·금융계에 전방위 로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윤세영 창업회장은 최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개별적으로 만남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식이면 워크아웃 결정 과정에 향후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워크아웃 불발 시 하청업체와 분양 계약자들이 큰 피해를 보지만, 그렇다고 태영건설에 부당한 특혜를 줄 수는 없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장엔 제2·제3의 태영건설이 줄지어 있다. 도덕적 해이와 잘못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
채권단은 오는 11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태영 대주주는 사재 출연과 알짜 자회사 매각 등 고강도 자구안으로 기업 회생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내 몸은 하나도 손대지 않고 남의 뼈만 깎으려는 태도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 채권단도 원칙을 지키면서 투명하게 태영건설 회생 가능성과 금융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