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사 진실 이제야 밝힐 이태원특별법, 윤 대통령 거부 말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통과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통과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해 4월 발의돼 두 달 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특별법이 해를 넘겨서야 가결됐다. 특별법은 오는 4월 총선 직후에 시행돼 2022년 10월29일 참사가 발생한 지 17개월 만에 진상규명에 본격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여야는 막판에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안을 놓고 협상에 나섰으나 합의를 못하고,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의장 중재안을 반영한 야당 수정안이 처리됐다. 159명이나 희생된 대형 참사 법안임에도 여당이 진상조사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합의 처리가 안 된 것은 유감스럽다.

수정된 법안에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의장이 관련단체 등과 협의해 3명을, 여야가 4명씩 추천해 모두 11명으로 구성된다. 특조위 활동 기간은 1년이고, 두차례에 걸쳐 3개월씩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참사 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와 지난해 초 국회 국정조사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책임 소재는 끝내 밝히지 못했다. 그 진실을 특조위가 찾길 바란다.

이 참사 후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고위책임자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이 책임을 회피하며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경찰청 특수본의 ‘법학계 전문가 의견 수렴 보고서’를 보면, 사고 위험성을 보고받은 김 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됐다. 최근 검찰은 사건 송치 1년여가 흐른 뒤에야 김 청장 기소 판단 여부를 수사심의위원회에 떠넘겨 버렸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춘 특조위가 성역 없이 철저하게 진실을 파헤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별법이 공포되면 특조위는 자료제출·동행 명령, 고발 및 수사요청,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 청문회 실시 등의 권한을 갖게 된다.

유족이 길거리로 나와 단식농성·오체투지·천막농성으로 진상규명을 요구해야 하는 사회는 어느 모로 봐도 비정상적이다. 사회적 참사 원인을 알아야, 그리고 참사를 방치한 책임자의 책임을 가려야 더 이상 불행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세월호·이태원 참사 진실 규명 후에야 또 다른 사회적 참사 대응 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는 이태원 참사 유족·생존자들의 고통을 보듬으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윤석열 대통령에게 법률안 재가를 건의하고, 윤 대통령은 지체없이 수용해야 한다. 이태원특별법 공포는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나라를 새롭게 구축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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