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노동자 없는 탄녹위, 미래 설계 조직 맞나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4월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기후위기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4월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기후위기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지역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 10대 청소년 위원은 전무하고, 20~30대 청년 위원이 아예 없는 지역도 3곳이나 됐다. 9개 지자체는 20대 없이 30대 청년 위원만 두고 있었다. 기후위기 당사자인 청소년·청년 층이 탄소중립 이행 정책·계획을 심의·의결하는 공조직에서 배제됐다는 뜻이다. 노동계 의견을 반영할 노동자 위원을 둔 지역도 전남 1곳뿐이라고 한다. 경향신문이 지자체 탄녹위원을 전수조사해 밝혀진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청년·노동자 없는 탄녹위가 미래를 설계할 조직인지 묻게 된다.

지역 탄녹위는 지자체가 오는 4월까지 ‘10년 계획’으로 짜는 시도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각 지자체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부문별·연도별 이행 대책 등을 담는 시도별 기본계획은 그대로 국가 탄소중립 계획의 토대가 된다. 탄소중립기본법이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역 탄녹위 위원 위촉 때도 아동·청년·여성·노동자·농어민·중소상공인·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 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 이유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법을 어기며 청년·노동자를 배제한 것이다.

지역 탄녹위원 평균 연령은 대다수 지자체에서 50세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높은 곳은 경북(56.8세)이었다. 대구는 47세로 가장 낮았지만 위원 수가 15명에 불과했다. 청년층 의견이 무시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자 배제 상황도 심각하다. 전국 16개 지자체에서 노동계 대표성이 삭제된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소가 가장 많은 충남, 석유화학 산업 중심지인 울산·경남마저 노동자 탄녹위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래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말할 수 없다.

대통령 직속 중앙 탄녹위는 지난해 4월 1차 국가기본계획을 낼 때 청년·노동자 위원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는 심의·의결권이 없는 ‘이행점검단’에 청년을 넣는 방식으로 회피했다. 하지만 이행점검단으로 위촉된 청년들에게 요식 절차로 점검 의견을 받은 탄녹위는 “이번에는 안 되고, 다음 점검 때나 의견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탄녹위가 정부안 발표 후 의견수렴과 수정·보완을 한다고 했다가 그대로 ‘패싱’한 지난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러니 지역 탄녹위도 ‘각계 의견수렴’을 무시하는 게 아닌가. 졸속으로 치닫는 탄소중립 계획을 막으려면 지역 탄녹위부터 새 틀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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