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 보름 만인 17일 당무에 복귀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2년은 결코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4월 총선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계기”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 성격을 정권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공정한 공천, 단일한 대오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길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신당·공천 잡음이 이는 당에 복귀하며 정권 심판론과 통합 메시지를 띄운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인재영입식 발언 대부분을 윤석열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정권이 세상을 낫게 바꿨는지, 후퇴시켰는지 국민들이 평가해달라”고 윤석열 정부를 직공하면서도 ‘심판’ 대신 ‘중간평가’라는 표현을 썼다. 한쪽에선 야당 심판론도 같이 제기되는 엄중한 상황을 직시한 걸로 보인다.
당무에서 멀어진 보름 동안 이 대표 사당화, 친이재명계 공천 독주를 비판하며 이낙연 전 대표,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 등의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 출마를 준비한 현근택·강위원 당대표 특보 등 친명계 인사들의 성비위 의혹에 휩싸인 것도 분란을 키웠다. 그런데도 지도부는 수수방관하고 공천 검증위원회의 엄정 대응 기조도 한발씩 늦었다. 정권 심판론을 빼면 아직 구체적인 총선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정권 지원론’을 크게 앞서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이에 못 미치는 것도 야당 심판론이 병존하는 선거전 초입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윤석열 여론을 두고, 민주당이 이준석 신당과 경쟁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이 83일 앞인데, 제1야당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 가닥을 못 잡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 대표는 “멋지게 지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열어놓은 뒤 입장 개진이 없고, 야권에선 민주·개혁세력 비례대표 연합 구상이 부상 중이다. 기득권 정치의 단면인 선거제도 표류를 멈추고, 책임 있게 결단·소통하는 공당이 되어야 한다.
야당 심판을 피할 수 있는 힘은 통합에서 나온다. 패권 공천 논란을 불식하려면 공정성을 제1원칙에 두고, 통합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원로·중진 그룹과 미래 세대가 선대위를 구성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피습 후 “정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고 한 이 대표의 성찰이 총선 승리뿐 아니라 정치 복원의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