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대 최대 기록한 체불임금, 정부 조사 부실도 피해 키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지청에서 열린 임금체불 근절 및 피해 지원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지청에서 열린 임금체불 근절 및 피해 지원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연합뉴스

지난해 임금체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 집계자료를 보면, 작년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으로 전년(1조3472억원)에 비해 32.5% 급증했다. 정부가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내놓고 대국민 담화문도 발표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사업주들이 임금을 떼먹고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법제도의 허점도 문제지만, 정부의 부실한 조사로 노동자들이 구제받지 못하는 허점도 짚어봐야 한다.

경향신문이 28일 보도한 A씨의 경우 떼인 임금을 고용노동청의 잘못으로 돌려받지 못한 경우다. 2020년 성희롱 피해 등으로 미용실에서 퇴사한 그는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1차 진정을 넣었으나, 근로계약서상 초과 노동시간이 인정되지 않았다. 2차 진정 때엔 근로감독관이 ‘일사부재리’ 원칙을 잘못 적용해 조사하지 않았고, 3차 진정 때에서야 노동청이 오류를 인정했지만 임금채권은 3년 기한을 대부분 넘겨 소멸된 뒤였다. A씨는 당초 요구액 1410만원의 3.3%인 47만원밖에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민사소송에 나서자니 노무사 선임도 부담스러운 저임금 노동자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노동사건의 경찰 격인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 신고를 조사하고, 법을 어긴 사업주를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하지만 행정오류 내지는 행정편의주의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피해 노동자에게 사업주와의 합의를 종용하거나, 처벌의사를 철회해야 체불임금에 대한 정부의 대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등 허위정보로 오도하는 일이 벌어지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기업에 유리하게 기운 노동시장에서 근로감독관이 공정한 심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노동자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체불 사업주들이 행정처리 부실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체불임금을 포기하고 재취업하는 악순환이 노동시장을 병들게 한다.

임금체불의 악폐를 뜯어고치려면 노동자 합의 시 사업주 처벌을 면해주는 ‘반의사 불벌’ 조항을 폐지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은 무겁게 바꾸고, 임금채권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정확한 조사를 통한 법 적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해진다. 경기불황 속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해도 임금체불이 적잖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일선 근로감독관들이 제대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지부터 먼저 살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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