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발사주’ 손준성 징역형, 정치검찰 단죄 사필귀정이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운데)가 31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운데)가 31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당시 범여권 인사들의 고발을 사주한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장(대구고검 차장검사)이 31일 1심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현직 검사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건 유례가 없다. 그만큼 검사의 핵심적 가치가 되어야 할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가 헌법·검찰청법·국가공무원법에 명시된 검사의 사명과 의무를 언급하며 ‘정치검찰’을 실형으로 단죄한 건 사필귀정이다.

손 검사장은 사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했다. 그는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예비후보)에게 유시민·최강욱·황희석씨 등에 대한 고발장과 실명판결문을 텔레그램 메시지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손 검사장이 이 텔레그램 메시지를 최초 생성·전송했고, 고발장 작성·검토 등에 관여했다고 판시했다. 검사의 정치 개입 실체를 인정하고, “그 죄책이 무겁다”며 실형의 철퇴를 내린 것이다.

1심 판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고 기소한 지 1년8개월 만에 나왔다. 수사는 검찰의 노골적인 비협조·증언 거부와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검찰을 견제하는 공수처의 존재 의미를 각인시킨 사건이 됐다. 손 검사장은 국회에서도 탄핵심판을 청구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다. 헌재도 헌정 질서를 뒤흔든 행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이 사건에 대해 “누구도 고발사주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던 2022년 6월 손 검사를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서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지난해 9월엔 다시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재판 중인 대표적 ‘친윤’ 인사를 연거푸 중용한 것이다. ‘정치검찰의 흑역사’로 기록될 사건 당시 손 검사장 윗선인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인지 여부와 검찰의 불법 행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고발사주는 검찰이 해선 안 될 정치 개입의 극단적 구태다. 그것도 대검 지휘부가 직접 관여한 충격파가 크다. 윤 대통령과 검찰은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이를 남용해선 안 된다”는 판결 의미를 무겁게 새기고, ‘검찰국가’로 질주하는 국정운영 기조를 반성해야 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충격과 공분에 휩싸인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엄중한 선언과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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