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선거제 당원투표 앞세워 ‘국민과의 약속’ 어길 건가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왼쪽에서 네번째)과 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중의 악수”라며 연동형 선거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왼쪽에서 네번째)과 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중의 악수”라며 연동형 선거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전당원투표를 하기로 하고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선거 두 달여 앞까지 입장을 정하지 않더니,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버리고 당원 선호도가 더 높다는 병립형으로 돌아가려는 건지 묻게 된다. 정치적 유불리만 따져 ‘대국민 약속’을 팽개치겠다는 것이라면 매우 유감스럽다.

민주당은 그간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약속을 지키자니 기대 의석이 줄어들 것 같고, 병립형으로 의석을 더 챙기자니 국민적 지탄이 겁나 차일피일 시간만 끌었다. 이재명 대표의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 발언도 당 안팎의 논쟁을 키웠고, 의원들도 팽팽히 쪼개져 있다. 그런 가운데 당 지도부가 상대적으로 병립형 선호도가 더 높은 걸로 알려진 당원투표라는 요식 절차를 거쳐 이 문제를 결론 내려 한다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당원투표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의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책임 있게 비례선거제 방안을 정한 뒤 필요시 당원에게 추인받는 절차가 맞다. 당원들의 선택을 방패막이 삼아 약속을 파기하고 면죄부를 구하려는 자세는 온당치 않다.

병립형으로의 회귀는 비례제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퇴행이다. 권역별 병립형도 기본 틀은 같아 소수정당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지고 거대 양당의 기득권은 더욱 공고해진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극단적 진영정치를 해소하자는 열망을 짓밟는 일이다. 국민을 닮은 국회와는 더욱 멀어진다.

민주당은 툭하면 당원투표를 구실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2020년 총선에서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해놓고선 당원투표로 뒤집었다.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귀책사유 시 무공천’한다는 당헌을 당원투표로 번복하고 후보 공천을 강행했다. 이런 무리수가 쌓여 결국 대선에서 졌다. 그 흑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판에 거꾸로 가려고 하는 셈이다.

정당은 당심에 기반을 두지만 국민의 뜻을 받들고 그 마음을 얻어야 한다. 당심만 좇다보면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철회한다면 공당이 아니다. 준연동형이 손해일지, 병립형이 이익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국민 신뢰를 저버린 정당이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임은 자명하다. 민주당은 병립형 비례제의 당원투표 시도를 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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