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에 첫 추월당한 과학기술, R&D 예산 축소가 더 큰 경고등이다

[사설 중] 중국에 첫 추월당한 과학기술, R&D 예산 축소가 더 큰 경고등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년만에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일본도 추격하고 있다. 값싼 인건비를 앞세워 조악한 짝퉁 제품을 만들던 중국의 기술 발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과학기술정통부가 지난 29일 공개한 ‘주요 5개국 2022년 기술수준 평가 결과’를 보면, 1위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중국은 82.6%, 한국은 81.5%를 각각 기록했다. 직전 2020년 조사에서 한국이 80.1%로 중국(80%)을 근소하게 앞섰다가 역전된 것이다. 미국과의 기술격차도 한·중 모두 3.3년씩 뒤지다 2년간 중국(3년)이 한국(3.2년)보다 격차를 더 줄였다. 50개의 국가전략기술 세부 평가에서는 더 밀렸다. 중국은 미국의 86.5%로 한국(81.7%)은 물론 일본(85.2%)까지 뛰어넘었다. 첨단 모빌리티·차세대 통신 등 한국이 앞서가는 걸로 알려진 기술도 중국보다 뒤처졌고, 항공우주·로봇·인공지능 기술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2015년 ‘제조 2025 계획’을 발표하며 주요 첨단 산업에 인재와 예산을 집중 투자해왔다. 이번에 주목한 과학기술 발전도 중국 정부의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본격적으로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결과다. 한국이 최고 수준 평가를 받는 이차전지 분야도 현재 중국 업체가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에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가 더해져 한국을 뿌리치고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R&D 예산을 대거 삭감한 것은 설상가상의 대참사다. 정부는 지난해 윤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하자 올해 예산을 전년보다 3조원 넘게 줄였다. ‘카르텔’을 깨라는 주문이 예산안 대폭 삭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주변 경쟁 상대국들의 기술 성장 시기에 한국은 되레 미래 기술 투자를 이권 카르텔로 폄훼하며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사기를 꺾고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다가는 주요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첨단 산업 제품들이 중국산에 밀려날 날이 머지 않게 된다. R&D 투자를 국가 사활이 걸린 일로 무겁게 직시하고, 예산·인력·인프라를 획기적이고 과감하고 시급히 지원해야 한다.

[그래픽] 주요국 중요 과학기술 추이. 연합뉴스

[그래픽] 주요국 중요 과학기술 추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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