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52시간제 합헌, ‘워라밸’이 저출생의 궁극적 해법이다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3차 본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선언문에 합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3차 본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선언문에 합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주 노동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한 근로기준법 제5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연장 시도가 이어지는 와중에 헌재가 노동시간 상한을 강제하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노동시간 상한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계약의 자유,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연장근로 상한에 대한 예외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는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의 입법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고 본 입법자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장시간 노동은 노사 자율에 맡겨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은 노사자율주의를 내세운 정부의 노동시간 연장 시도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고, 정부는 사업장 노사가 합의하면 주 노동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다 ‘과로사 조장법’이라는 여론에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여전히 악명 높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통계를 보면, 지난해 1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연간노동시간은 1874시간으로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연평균 노동시간(1719시간)보다 155시간 많았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넘어 저출생·국가소멸 문제와 직결된다. 정부가 수십년간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했지만 저출생 문제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까지 추락했고, 지난해 출생아 수도 23만명으로 1년 만에 1만9200명 감소했다. 최근 영국 BBC는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기사에서 장시간 노동을 저출생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일에 치여 아이 낳고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면 장시간 노동 해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확보야말로 저출생 문제 해결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노동시간 연장에 더이상 매달리지 말고 주 48시간제 도입, 주 4일제 도입, 포괄임금제 개선 등 실질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경영계도 노동시간 연장만 요구하는 관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저출생으로 공동체 존립 기반이 무너진다면 기업 활동이라고 안정적으로 영위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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