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에도 말만 ‘여성 30% 공천’, 한국 정치는 21세기에 있나

22대 총선 공천이 종반으로 향하고 있지만 거대 양당의 여성 공천 비율은 미미하다. 7일 현재 국민의힘이 후보를 확정한 지역구 213곳 중 여성은 25명(11.7%), 더불어민주당은 200곳 중 33명(16.5%)이다. 공직선거법의 권고 규정인 ‘여성 30% 공천’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총선에서도 거대 양당은 여성을 우선 배려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시늉만 하다 끝날 공산이 크다. 여성의 생존권·참정권을 요구한 세계여성의날이 8일 116년째를 맞지만, 한국 정치는 지금 어느 시대에 있는지 묻게 된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여성 지역구 공천 비율은 미래통합당이 10.2%, 민주당이 12.6%였다. 21대 국회에서 지역구 여성 의원은 29명(11.5%)이었고, 여성 50%가 명문화된 비례대표 의원을 포함하면 57명(19.1%)이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여성 의원 평균치(33.8%)에 턱없이 못 미칠 뿐 아니라 38개국 중 36위에 머물렀다. 지금 공천 추세라면 22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도 오십보백보이다.

공직선거법은 2005년 ‘정당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중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강제력이 없어 20년이 흘러도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지역구 후보 중 여성 30%’를 의무화했지만, 이번에도 말뿐이었다. 아니, 의지 부족이라 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여성 의원을 배출하려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집중적으로 배치해야 하나, 여야는 여성 공천에 인색하다.

국회가 국민을 제대로 대표하려면 지역·세대와 함께 성별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것은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을 견인하려면 성평등 구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 여성의 고등교육은 OECD 최고 수준이지만, 성별 임금·승진 격차는 여전히 크다.

윤석열 정부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는 후진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정치까지 여성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고, 노동·돌봄·성 차별의 실효적인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역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이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법안을 더 많이 발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여성 의원 숫자도, 역할도 더 커져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29일 당사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환영식에서 이레나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당 점퍼를 전달한 후 악수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29일 당사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환영식에서 이레나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당 점퍼를 전달한 후 악수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월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이지은 전 총경(왼쪽), 백승아 전 교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월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이지은 전 총경(왼쪽), 백승아 전 교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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