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 헛바퀴, 2000명만 못 박는 정부 자세 돌아봐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의료계와의 대화에 환영을 표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의료계와의 대화에 환영을 표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 면허정지에 대해 ‘유연한 처리’와 ‘의·정 간 대화 협의체 구성’을 지시했다. 강경 일변도로 일관하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을 앞두고, 한발 물러서 대화 물꼬를 터 준 셈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교수들과 만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요청·중재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를 취했지만, 대화가 진척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가 ‘2000명 증원안’은 요지부동이어서 의·정 대치가 달라진 것은 없다.

전의교협은 25일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및 배정 철회 없이는 현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대화체 제의에 선을 그었다. 전국 대부분의 의대 교수들도 ‘증원 철회가 먼저’라며 사직서 제출에 돌입했다.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선거에서는 26일 강경파 후보 2명이 결선투표를 치른다. 누가 선출되더라도 전공의·전임의·교수·개원의의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일 걸로 보인다.

의·정 대화가 헛바퀴만 도는 이유는 삼척동자도 안다. 2000명 증원과 대학 배정을 두고 의·정 간 견해차가 큰 탓이다. 25일 한덕수 총리에게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와 더 긴밀히 소통해달라”고 한 윤 대통령도 증원 규모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이 사태 초기 보건복지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2000명은 최소치’라고 제동을 건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로드맵과 속도 조절을 주문한다. 5월 대학별 신입생 모집요강 발표까지는 조율할 시간도 남아 있다. 갈등의 요체가 의사들이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는 ‘2000명’ 증원 규모인데, 이 숫자는 빗장을 걸고 무슨 대화 물꼬가 열리겠는가.

의료 공백이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하는 정부, 직역이기주의에 빠져 원점만 고수하는 의료계 모두 의료 개혁을 바라는 국민 여망과는 멀다. 무책임한 공방만 이어가기엔 현장의 위급함이 경각에 처했다. 환자를 볼모로 한 치킨게임은 이제 멈춰야 한다.

의대 증원과 필수·지역의료 해법은 의·정이 협의해 접점을 찾아나가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만 가능하다. 정부가 25일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 보류했지만, 그것도 시한부 미봉책에 불과하다. 실효적인 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해 정부는 더 유연해지고, 의료계는 보다 책임 있게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 실타래를 풀 윤 대통령의 결단과 리더십이 절실한 시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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