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정권 비판 보도들을 제재하는 데 여념이 없다. 방심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18일 MBC 뉴스데스크 등의 여러 보도들을 심의했다. 이 중 선거 관련 보도는 드물고, ‘3·1절 대통령 장모 가석방 추진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참사특별법 거부권 행사’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같이 대부분 선거와 무관한 보도들이다. 앞서 방심위는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했고, YTN의 ‘김건희 모녀 주가조작 23억원 수익’ 보도에 법정제재를 결정했다. 3월 한 달 심의 대상이 된 민원의 70% 이상을 국민의힘이 제기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기계적 균형조차 잃고 폭주하는 방송심의 제도의 민낯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현 방송심의 제도는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보도 검열 기능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MBC가 조국혁신당 ‘기호 9번’이 연상돼 복면가왕 9주년 방송을 연기한 데서 보듯 언론의 자기 검열 기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 제도를 유지하면서 언론 자유를 논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정권에 불편한 보도나 논쟁적 사안을 성역 없이 보도하면 제재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것은 방송사 재허가나 재승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 핵심은 방심위가 법상 민간독립기구로 돼 있지만 사실상 국가행정기구 기능을 하는 이중성에 있다. 행정기구 역할을 하면서도 민간기구라는 방패 뒤에 숨어 책임은 모면할 수 있는 구조 아래서 생존해왔다. 방심위는 2008년 방송·통신 융합에 맞춰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할 때 정부가 방송 내용을 심의하면 국가 검열로 볼 소지가 커 심의기구를 별도의 민간독립기구로 만들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하지만 대통령이 3인, 여야 정당이 각 3인씩 위원을 추천함에 따라 여야 6 대 3 구도가 되며 독립 취지가 퇴색했다.
이런 문제의식이 특정 정당이 야당이 됐을 때만 생겨나는 것도 문제이다. 현 정부 들어 그 폐해·논란이 일상화되고 극심해졌으나, 방송심의 제도가 정파적 진영론에 좌우된 것은 역대 정권에서도 있었다. 22대 국회에서는 그간 확인된 방송심의 제도의 대개혁을 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각 3인씩 추천하는 방식 등 정치권 추천 몫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혹은 방심위를 언론계 통합 자율규제기구로 개편하고 심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