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지혜를 모으고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내건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재론한 데 이어 이틀째 적극적 재정지출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정부·여당은 싸늘한 태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을 겨냥해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고 했고, 국민의힘도 이날 홍 원내대표 제안을 “포퓰리즘적 돈잔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야당의 추경 제안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각종 감세 공약과 수백조원대 개발공약을 쏟아낸 윤 대통령이야말로 ‘포퓰리즘 끝판왕’ 아니었나. 그에 비하면 감세와 개발사업에 쓸 재정을 민생회복으로 돌리자는 야당 주장이 그렇게 과한 것인지 의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소매판매액 지수는 101.4로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로 소비가 급감하던 2020년 11월(101.2) 이후 가장 낮다. 물가 상승에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까지 겹치자 소비가 얼어붙은 것이다. 이날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총선 투표 시 가장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물가 등 민생 현안’(30%)이 가장 많았다. 부자감세와 건전재정이라는 모순된 정책기조로 민생을 파탄시킨 윤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선거 결과를 좌우했음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발언 첫머리에서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민생회복을 위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얼어붙은 경기를 진작시킬 주체는 정부·기업·가계 중 그나마 정부뿐이다. 재정적자가 다소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내수회복 대책을 내놔야 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악화일로다. 여당은 추경 요구를 외면만 할 게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민생 안정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재정지출은 한계소비 성향이 높은 취약계층에 집중시키면 효과가 클 것이다. 야당이 내놓은 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과 저금리 대환대출 확대, 에너지 비용지원 등은 적극 검토할 만하다.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방안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토론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