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대학병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 수술·진료를 중단하는 ‘주 1회 셧다운’에 속속 나서고, 의대 교수들도 예고했던 25일부터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 “부디 현장에 남아달라”고 호소한 환자들의 눈물 섞인 애원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됐다. 이대로라면 5월부터 의료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간다. 의료계는 기어이 파국을 보려 하는 것인가.
지난 23일 총회를 연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사직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예정대로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되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을 50~100% 내에서 자율 조정토록 한발 물러섰지만, ‘원점 재검토’만을 고집한 의료계 집단행동은 의대 교수들로까지 확대됐다. 사직 효력이 일어나는 25일부터 교수들이 실제, 얼마나 사퇴를 선택할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의료계에서 중재안을 내놓은 건 ‘과학적 증원 추계를 위한 논문 공모’를 제안한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가 유일하다. 그러나 방재승 서울의대 비대위원장도 “전공의·의사단체와 합의한 제안은 아니다. 솔직히 어떤 안도 의사단체 전부와 합의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집단 휴진에도 일부 의사들은 이견을 보였다고 한다. 이쯤되면, 의견이 분분한 의료계가 정부와의 협상이 가능할지 물음표가 붙는다. 사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성의·대화 전환이 없다면, 의사면허 정지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의사들을 보는 여론이 곱지 않을 것임을 의료계는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의료시스템 붕괴 시 관리 능력이 있는지도 우려스럽다. 의대 교수 사직이 현실화하면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비상이 걸리고, 5월부터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 사태도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2025년 신규 의사 배출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철저한 의료 대비책을 세우고, 25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료계를 참여시키는 노력도 포기해선 안 된다. 사회적 대화에서 향후 적절한 증원 규모·로드맵을 짜길 권하고,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2000명’으로 쐐기박을 필요는 없다.
정책 리더십이 흔들린 정부도, 환자를 팽개친 의사도 모두 “환자를 위해서”라고 한다. 환자 입장에선 분통 터질 일이다. 지금도 치료해줄 병원을 찾다 숨지는 환자들이 늘어가는데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도 없다. 의료권이 무너지는 사회에 승자가 있을 수 있나. 의·정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