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새로운 결집 프레임 ‘감동 있는 혁신’

조대엽 |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정동칼럼]야당의 새로운 결집 프레임 ‘감동 있는 혁신’

야당이 두 개의 정치 프레임에 갇혀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노패권주의’와 ‘호남민심’이라는 프레임이다. 4월29일 재·보선 패배 이후 당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다가 이른바 ‘혁신기구’안이 제시되면서 다소 주춤한 듯하다. 그러나 혁신기구의 구성조차 순탄하지 않아 두 개의 프레임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프레임’은 복잡한 현실을 해석해주는 의미의 틀이다. 많은 이들이 공유한 프레임은 여론의 향배와 유권자의 선택을 가르기도 하고 사회운동을 확산시키기도 한다. 프레임은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는가 하면 문제해결을 위한 ‘처방’의 기능을 갖기도 한다. 친노패권주의나 호남민심 프레임은 재·보선 참패의 원인에 대한 일종의 진단 프레임이다. 진단용이든 처방용이든 프레임에는 실질적인 것과 기획된 것이 있다. 대중의 현실과 열망을 실제로 반영하는 ‘실질적 프레임’과, 실제적인 현실이나 대중의 실제 기대와는 무관하게 의도적으로 만든 ‘기획적 프레임’이 그것이다. 기획된 프레임은 특정의 정치세력이 숨겨진 목적으로 선동을 위해 만든 허구일 수 있지만 소문이나 유언비어처럼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영향력을 갖는다.

문재인 대표 취임 후 새정치민주연합은 생활정당, 분권정당, 네트워크정당, 유능한 경제정당, 안보정당의 새 깃발을 올리고 탕평인사와 전략공천 없는 경선 등으로 국민의 눈길을 모았다. 당 지지율과 문 대표 지지율이 동반적으로 치솟았다. 적어도 이때까지 문 대표는 ‘유능’했다. 그러나 재·보선 4석을 여당과 무소속에게 내준 그 날부터 문 대표의 ‘유능’은 ‘무능’으로 돌변했고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독선적인 친노수장으로 탈바꿈되었다. 친노패권주의와 호남민심 프레임이 기다린 듯이 그리고 가차 없이 그를 가두었다.

친노패권주의는 적어도 친노와 비노의 경계를 도무지 알 수 없고 그 면면들이 제대로 알려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선동을 위한 기획의 혐의가 짙다. 게다가 국민들은 친노가 새정치연합 내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어떤 패권놀음을 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 날만 새면 친노패권주의를 지탄하는 종편TV의 어디에서도 구체적인 친노패권주의의 ‘실태’는 찾을 수 없다. 호남민심의 경우도 재·보선의 패배가 호남 홀대에서 비롯되었고 그에 따라 문재인 대표와 친노패권주의를 심판했다는 건데 이 또한 기획된 것일 수 있다. 실질적 호남민심은 제대로 된 정치혁신을 요구하는 호남정신이 여전히 주류다. 야당은 누구도 예외 없이 재·보선 패배에 대해 뼈아픈 성찰이 필요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야단스레 책임을 묻는 것은 코미디다. 그것도 야당의 미래,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로막는 비극적 코미디다. 이 비극적 코미디를 끝내야 할 책무가 당을 이끄는 문 대표에게 있고 그런 점에서 문 대표의 성찰은 남달라야 한다. 문 대표의 성찰은 현실에 대한 분명한 진단과 정확한 처방의 새로운 정치프레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선동을 위해 기획된 상상의 프레임을 당원과 대중의 실질적 욕구를 반영하는 실질적 프레임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 같은 실질적 프레임은 문제의 진단에 머물지 않는 처방의 프레임이어야 한다. 분열과 이탈세력을 가둘 수 있는 강력한 처방은 무엇보다도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혁신’과 새로운 ‘결집’의 프레임에서만 나올 수 있다.

국민을 감동시키는 혁신의 프레임은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새로운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불굴의 리더십이 만들 수 있다. 계파의 이익을 나누고 담합을 성사시키는 정치공학이 탁월한 리더십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계파 안배를 통해 조용한 나눠먹기를 주도하는 담합의 리더십은 계파를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고, 실질적 혁신에 이를 수도 없다. 나아가 ‘새로운’ 결집의 프레임은 모든 계파를 아우르는 통합이 아니라 ‘감동 있는 혁신’의 길을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세력의 결집으로 가능하다.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안희정 등은 시민지향의 리더십을 브랜드로 하는 새로운 결집의 좋은 자원이다.

또 생활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시민의 삶을 아래로부터 혁신하는 걸출한 기초단체장들도 당 재건의 실질적 자원이다. 이들이 새로운 결집력으로 의원들을 포위하고 압박해서 혁신의 프레임을 확산시켜야 한다. 국민과 당원을 속이는 계파적 정치프레임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진실하게 반영하는 정치프레임이 필요하다. 깊게 보고 멀리 보아야 한다. 야당의 미래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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