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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들의 ‘방치된 비극’

백승찬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예술은 배고픈 것”이라는 말은 농담으로도 하기 힘들어졌다. “목숨 걸고 꿈을 꾸라”는 말조차 사치가 됐다.

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리다 골방에서 홀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그는 국립 예술학교 영화과를 졸업했고, 단편 <격정 소나타>를 연출해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인정받아 영화사와 계약을 하기도 했으나, 결국 영화화되지 못해 생계가 곤궁했다고 알려졌다.

대중은 꼭대기의 별만 보지만,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그 아래 어두운 그늘에 사는 곳이 영화계다. 한국영화가 외형적 성장을 멈추고 제자리걸음을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부 스타 배우 및 감독을 제외한 영화인들의 생활고는 더욱 심해졌다.

[기자메모]젊은 예술가들의 ‘방치된 비극’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개봉작 중 이득을 남긴 건 10편 중 2편도 안됐다. 영화산업의 상대적 강자인 대기업 투자자들은 몸을 사리고, 위험은 상대적 약자인 신진 스태프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제작비를 절감해야 했지만 대중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졌다. 결국 인건비밖에 줄일 곳이 없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영화 스태프들의 2009년도 연평균 소득이 623만원이라고 밝혔다.

성공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예술가란 그 어느 직업보다 위험천만한 직군이다. 재능 없는 사람을 돌봐줄 만큼 대중과 평론가의 마음 또한 여유롭지 않다. 그러나 젊은 예술가가 목숨을 걸어도 재능을 시험할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건 끔찍한 비극이다.

예술은 쓸모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먹고사는데 직접 연관이 없으므로 쓸모가 없지만, 먹고사는 틀을 통째로 바꿀 힘을 가졌다는 데서 쓸모가 있다.

쓸모없어 보이는 예술가, 특히 젊은 예술가를 살려야 한다. 현행 노동법상 근로자의 신분으로 인정받지 못해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을 구해야 한다. 언젠가 그들이 우리 모두를 살려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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