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이 필요한 이유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언론학〉

열린우리당의 언론개혁 관련 3개 입법안이 확정되면서 나라 안이 시끄럽다. 시민단체는 소유지분 조항이 빠져 기자들의 언론자유 보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로, 반면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은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기준을 낮춘 것 등이 언론자유의 침해라는 이유로 비판한다. 각자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주장도 다를 것이다. 그 핵심에는 언론자유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다.

언론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국민의 기본권이다. 따라서 누구에 의해 전유되어서도 안되며, 누구나 언론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이번 개혁법안은 소수에게 집중된 언론자유를 원주인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수구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언론개혁 논의가 언론자유를 침해한다거나, 심지어 민주주의를 배신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말 그런 것인지 몇 가지 핵심쟁점을 중심으로 따져 보자. 시장점유율 기준 제한을 두고 어디 그런 나라가 있느냐고 거짓말을 한다. 공정거래법 같은 것으로 제한하는 것은 전세계의 일반적 경향이니 논할 가치가 없다. 일반 기업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두는 것도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것들이 인수·합병 때 제한 기준이기 때문에 우리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서구 언론 시장에는 우리와 같은 기형적인 독과점적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점유율 제한은 당연-

신문발전기금 설치에 대해서도 시비가 있다. 보수적인 학자들이 좋아하는 미국도 지역신문들을 살리기 위해 각종 처방을 내놓는다. 신문발전기금 설치를 통해 언론다운 언론을 지원하는 것도 문제인가? 그래서 광고 지면이 전체 지면의 50% 이하라는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광고제한이라고 시비한다. 광고 지면이 50%를 넘는 신문의 경우 신문 유지를 위해 광고를 받는 것인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신문을 발행하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신문시장의 혼탁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부 구독자는 경품이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아니냐’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신문시장은 한 사람이 2개 신문을 보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런데 경품 받고 한 신문을 보기 시작한 구독자가 내용을 보고 신문 구독을 바꾸는 것이 쉬울까? 5공 시절 묵시적 카르텔을 통해 성장한 신문들이 아직도 시장지배를 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을 지키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제공하라는 것이 언론통제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모양이다.

편집권 문제에 대해서도 시비를 붙어 말문이 막힌다. 수십, 수백 명이 취재·편집에 종사하는데 이들의 모든 활동이 단지 사주나 사주의 대리인 한두 명의 기준에 의해 재단되는 게 옳은가. 그것도 원칙조차 없이. 그 막강한 언론의 권력을 소수에게 집중시켜도 좋은 것인가. 그것이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이라고 보는 것인가.

편집권 보장의 방식은 경영진과 취재편집에 종사하는 자가 동수로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편집규약을 회사 자율적으로 정해서 그 기준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자는 것인데 그것을 언론자유 침해라 생각한다면 그동안 어떻게 ‘언론자유’를 행사해 왔는가는 명약관화하다.

-언론권력 소수집중 옳은가-

열린우리당도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고 포기한 소유지분 분산 조항 같은 경우 이제 보수신문의 공격 대상이 아니지만, 이것이 빠진 것은 문제다. 사유재산 침해라는, 위헌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편집권 독립은 기본이다.

편집권 독립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주의 간섭이다. 따라서 편집권 보장의 내용을 자율에 맡겨 놓았으니, 막강한 사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소유지분 분산을 하자는 것이다. 특정 언론이 과점적 시장구조, 즉 여론을 과점하고 있는 것도 문제인데 이것이 사유화되고 있다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소유분산이 편집권 독립의 전제인 이유이다.

언론개혁이 필요한데 지지부진한 현실도 문제이지만, 특정 신문이나 수구 보수 정치인이 이를 왜곡하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언론에 따라 주장이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 언론개혁 주장의 논리만이라도 정확히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못해서 언론개혁 주장이 나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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