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부쳐

〈백종만 전북대 교수·사회복지학〉

국회 의원입법안으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지난 16일 국회에 발의됨으로써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게 되었다. 지난해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현행 최고 60%인 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55%로, 2008년도부터는 50%로 단계적으로 낮추고, 보험료는 2010년부터 매 5년 단위로 단계적으로 올림으로써 기금재정의 안정을 기한다는 것이었다.

당초 정부안은 현재의 보험료율 9%를 고정시키고, 급여수준을 60%로 유지할 경우에 2030년에 적립기금이 6백44조원(2000년 기준)으로 최고조에 달하며, 2036년에 수지차(보험료 수입과 보험금 지출의 차이) 적자가 시작되어, 2047년에 기금 고갈이 발생한다는 재정추계에 기초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급여율과 보험료율 조정함으로써 2070년까지 기금의 수지차 적자 발생을 늦출 수 있으며, 세대간의 부담의 형평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정부의 개정안은 국민연금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적정부담-적정급여 구조’로 전환함으로써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을 기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을 경감하자는 것이었다.

- 개정안 큰틀엔 모두 공감 -

현재 국민연금제도가 지닌 ‘저부담-고급여 구조’는 제도 도입 시에 연착륙을 강조하는 정책 환경에서 짜여진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성숙하면서, 적정부담-적정급여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이미 인정한 문제로 그동안 연금제도 개혁을 둘러싼 논란의 초점은 개정 방향의 정당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정의 시기와 수준에 있었다.

의원입법으로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핵심적인 내용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급여율은 정부의 원안대로 낮추되 보험료율에 대한 조정은 2008년도 정기 재정추계의 결과를 토대로 2010년에 근접한 시기에 확정하자는 것이다. 둘째, 국민연금 급여제도의 개선이다. 구체적으로는 출산 크레디트(credit) 도입, 유족연금의 중복급여 제한 규정의 완화, 급여지급의 국가보장 및 신용불량자 급여 압류 제한, 60세 이상 소득활동종사자 연금액 인상, 유족연금에서 성차별적 요소 시정, 실업급여와 연금급여의 병급 조정 등이다. 셋째, 기금운용조직의 혁신을 통하여 기금관리의 전문성을 높이고 가입자의 대표성을 강화한 기금운영위원회의 상설화 및 서민주택 건설 등 가입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복지사업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정부안이나 금번 의원입법안으로 제시된 연금제도 개혁 방안을 둘러싼 찬성·반대 의견의 대립은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적정부담과 적정급여의 수준에 대한 세부적인 의견의 차이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세부적인 선택 대안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논의의 과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속에서 얼마든지 마련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 개선에 관한 최근의 여론 형성과정을 보면, 때로는 연금제도에 대한 몰이해와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하여 형성된 여론이 연금기금의 고갈사태를 연금급여의 지급불능과 동일시하거나 연금제도 자체의 폐기로까지 확산됨으로써 제도개혁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과 사회적 합의의 도출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이번에 제안된 의원입법에 대한 비판은 급여제도의 개선이나 기금운영제도의 개혁 방안에 있지 않고, 보험료의 인상률과 인상 시기를 2008년도 정기 재정추계를 할 때까지 늦추자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비판의 논거는 주로 연금개혁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차기 정권에 보험료율 상승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넘긴 것이라든지, 정부안의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보험료율의 상승 폭이나 시기의 문제를 피함으로써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개정안에서 보험료 부담률의 인상 폭과 시기의 결정 문제를 아무런 기준의 제시도 없이 2008년까지 미룬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 보험료율 문제 회피 아쉬워 -

정부안의 근거가 된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추계의 근거에 대하여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 국회의 논의과정에서 재정추계의 근거에 대하여 좀더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출산율 추계는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 등을 고려하여 다시 정확하게 추계되어야 하고 이를 근거로 부담률과 급여율의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연금급여의 개선안과 연금기금의 운용에 관한 개혁안들은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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