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역대급’ 찜통더위 예고

차준철 논설위원
미국 메인대학 기후변화연구센터가 작성한 세계 열지도

미국 메인대학 기후변화연구센터가 작성한 세계 열지도

가정집 싱크대에 두었던 달걀에서 병아리가 부화했다. 전철역 스크린도어 유리벽이 열기를 이기지 못해 박살났다. 모기도 말라죽어 확 줄었다. 집집마다 에어컨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가 날아왔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16년 여름 국내에서 벌어진 일이다. 2016년은 이전까지 가장 더웠던 1994년과 엇비슷했다.

기록상 가장 더운 여름은 2018년이었다. 여름 최고기온 41도, 평균기온 25.4도, 폭염 일수 31.4일, 열대야 일수 17.7일. 모두 역대 1위를 갈아치우며 ‘폭염 4관왕’에 올랐다. 그해에는 대전 부근 경부선 철도 레일이 엿가락처럼 휘고, 전남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 아스팔트가 갈라지며 들떴다. 대구의 백화점에서는 외부 유리천장이 뜨거워져 이를 화재로 감지한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하는 바람에 물벼락을 맞는 일도 벌어졌다. 전국 응급실에 신고된 온열 환자가 4000명을 넘었다. ‘초열대야’ ‘지옥불반도’라는 말도 나왔다.

해가 갈수록 더워지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2016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더웠던 해로 기록됐다. 한국의 연평균 기온이 2016년 13.6도, 2019년 13.5도였다. 연평균 기온이 높은 상위 10개 연도 중 7개가 2000년대 이후였다. 찜통더위가 반복되자 언제 어디서든 손에 들고 다니는 ‘1인 1선풍기’나 교차로·버스정류장의 그늘막·얼음 쉼터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더위를 피하고 이기는 게 머리 아픈 숙제가 됐다. 생존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 기상학자들은 올여름이 역대 가장 무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황금연휴 동안 일부 지역에서 3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를 보인 게 그 징조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은 올해가 1880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을 74.7%로 예측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 멈춤’도 지구를 식히는 데 별 효과가 없다고 했다. 폭염은 거대하고 압도적인 기후재난이다. <2050 거주불능 지구>를 쓴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너무 빨리 더워지니 예측 따위가 소용없다”고 했다. 올여름 ‘역대급’ 찜통더위를 용케 지내도 내년·내후년에 그 이상의 폭염이 닥칠 수 있다는 말이다. 뜨거운 게 아니라 오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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