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저무는 탱크의 시대

최민영 논설위원
201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연습 중인 신형 T-72B3 탱크.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201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연습 중인 신형 T-72B3 탱크.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탱크 보유 대수 세계 1위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한 전차의 약 40%를 잃었다고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15일 밝혔다. 드론·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집계한 결과다. 주력전차인 신형 T-72B3 절반을 잃고 냉전 당시 제작한 재고 탱크까지 꺼내 쓸 판이라고 한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전차 대수는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군사대국 러시아와 ‘지상전의 왕자’ 전차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탱크의 원형은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거북이 등껍데기에 착안해 만든 데서 출발한다. 처음에는 나무와 쇠로 만든 원추를 사람이 지고 이동하는 개념이었다. 본격적 개발은 참호전 중심의 1차 세계대전 때였다. 보병의 진군을 방해하는 가시철조망과 기관총 세례를 무력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탱크가 전면적으로 전장에 등장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전격전(Blitzkrieg)에서 선봉 역할을 맡으면서다. 새로운 무기인 전차와 전투기로 무장한 독일의 침공을 맞닥뜨리고서야 영국과 프랑스는 기병을 고집하며 전차 기술을 무시한 실책을 깨달았다. 하지만 러시아는 달랐다. 볼셰비키 혁명 후 러시아의 새 지휘부는 전차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었던 덕분에 2차 대전에서 T-34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다.

최근 신기술이 개발되면서 탱크의 효용에 회의론이 제기됐다. 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당시 아제르바이잔이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에서 도입한 드론으로 아르메니아의 러시아제 탱크와 방공망을 초토화시키면서다. 물론 아르메니아군이 허허벌판에 탱크를 그대로 노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전에서 또다시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TB2’가 러시아 탱크를 대거 파괴하면서 다시 회의론이 커졌다. 탱크가 드론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기술을 보완하지 않는 한 다시 전장을 지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는 24일 러시아 침공 1주년을 앞두고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직은 보병의 역할, 특히 탱크의 파괴력은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군사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K2 흑표 전차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수출에 매진하는 국내 방산업체들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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