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테베 작전’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인질구출 작전으로 꼽힌다. 1976년 이스라엘 최정예 특공대가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잠입한 뒤, 피랍기의 자국 탑승객 등 100여명을 구출하고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 소속 납치범 등 4명을 사살했다. 소요시간은 불과 105초였다. 사망한 인질은 ‘엎드리라’는 히브리어 명령에 따르지 않은 3명뿐이었다. 작전 진두지휘 중 유일하게 전사한 요나탄 네타냐후 중령은 국가적 영웅으로 추모됐다.
엔테베 작전은 적대적인 중동 국가들의 영공 레이더망을 초저공비행으로 피해 4000㎞나 이동해 우간다의 주권까지 침해하며 수행된 무리한 작전이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영토를 빼앗긴 팔레스타인 내 강경파가 테러리즘으로 기울던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자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참사’를 일으킨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검은 9월단’을 암살작전으로 응징한 일은 유명하다.
그랬던 이스라엘군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납치·억류됐던 자국 인질들을 오인사살했다. 20대 청년 3명이 ‘교전의사 없음’을 명백하게 나타내는 흰색 깃발을 들고 이스라엘군에 도움을 청했으나 결국 주검으로 돌아왔다. 하마스와 휴전 연장을 거부하고 가자지구 지상전을 밀어붙였던 이스라엘군이 남은 인질 120여명의 안전은 무시한 채 하마스 박멸을 우선시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테러범 출몰이 잦은 지역인 탓에 벌어진 비극이라고 이스라엘군은 해명했으나, 기본적인 교전규칙마저 무시한 이스라엘군의 이런 행태는 얼마나 많은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살해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16일에는 이스라엘 저격수가 하마스와 무관한 가자지구 교회에도 발포해 비무장 상태인 모녀 2명을 사살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엔테베 작전으로 형 요나탄을 잃은 뒤 극우성향이 굳어졌다고 한다. 미국이 그에게 지상전을 끝내라며 압박 중이지만 이번 참사 이후에도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승전 목표에 매몰돼 국민의 생명과 안전마저 무시한다면 형이 꿈꿨던 ‘강력한 국가’는 이루지 못할 것임을 네타냐후는 모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