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면도날’ 바둑기사 사카타 별세

도쿄 | 조홍민 특파원

날카로운 기풍으로 ‘면도날’로 불렸던 일본의 전설적 기사 사카타 에이오(坂田榮男) 9단이 2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일본 ‘면도날’ 바둑기사 사카타 별세

1920년 도쿄에서 태어난 사카타 9단은 9세 때 마스부치 다쓰코 8단의 문하에 들어가면서 바둑에 입문했고 15세 때인 35년 정식으로 프로가 됐다. 그가 처음으로 타이틀전에 나선 것은 51년 당시 혼인보(本因坊)였던 하시모토 우타로와의 7번기 도전국이었다. 3승4패로 고배를 마셨지만 10년 뒤인 61년에는 당시 9년 연속 타이틀을 방어하던 다카가와 가쿠를 무너뜨리고 혼인보에 올랐다. 이후 혼인보 타이틀 7연패의 위업을 세웠다.

그는 60~70년대 평생 라이벌이었던 고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 9단과 치열한 1인자 경쟁을 하면서 일본 바둑계를 호령했다. 특히 63년에는 후지사와와의 명인전 타이틀전에서 이겨 사상 처음으로 2대 타이틀 제패에 성공했다.

실리를 중시하는 기풍이면서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묘수를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약해진 돌을 절묘한 한 수로 타개해 상대를 농락하면서 ‘타개의 사카타’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반상에 놓는 돌은 전부 이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로 집념의 승부욕으로도 유명하다.

64년에는 연간 29승2패의 기록적인 승률을 거뒀으며 8개 타이틀 가운데 7개를 차지하는 등 일본 바둑계의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웠다. 그가 통산 획득한 타이틀은 64개.

2002년 당시 조치훈 9단이 제칠 때까지 역대 최고의 기록이었다. 통산 공식 대국 성적은 1032승641패10무.

78년부터 일본기원 이사장을 4기 연속 맡았으며, 2000년 바둑계에서 은퇴했다. 현역 시절 마지막 대국에서 “이대로 계속 두면 형편없는 바둑이 된다”며 불과 53수 만에 돌을 거둔 에피소드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 문화인들과도 폭넓게 교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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