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독립군가’ 울려퍼진 고국에 영면

정대연 기자

대전현충원에 유해 안장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땅 아래로 내려진 관 위에 허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땅 아래로 내려진 관 위에 허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부부 등 30여명만 참석
카자흐 묘역·현충원 흙 섞어 허토
“못 돌아온 애국지사 아직도 많아”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1868~1943)이 18일 고국 땅에 안장됐다.

지난 15일 제76주년 광복절에 맞춰 카자흐스탄에서 봉환된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이 이날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서 열렸다.

홍범도 장군은 1920년 대한독립군을 결성해 그해 독립전쟁 첫 승리인 봉오동전투와 최대 승전인 청산리대첩을 이끌었다. 1921년 연해주 망명에 이어 1937년 스탈린의 한인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17만 고려인들과 함께 중앙아시아로 쫓겨났다. 결국 조국 독립을 보지 못한 채 이역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행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유해 봉환 특사단으로 카자흐스탄을 다녀온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야 정당 대표, 서욱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 노송달 대한고려인협회장, 김원웅 광복회장, 독립유공자 후손 고려인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영화 <암살> 등에서 독립군 역할을 한 인연으로 국민대표로 선정돼 특사단에 참여했던 배우 조진웅씨가 사회를 맡았다.

16~17일 이틀간 대전현충원에 임시로 안치됐던 유해는 영정을 든 남양 홍씨 문중 대표를 선두로 국방부 의장대에 의해 묘역으로 옮겨졌다. 국방부 군악대가 일제강점기 독립군이 광복을 염원하며 즐겨 부르던 독립군가를 연주하며 유해를 맞았다. 문 대통령 내외는 한국과 카자흐스탄에서 각각 추모화로 쓰이는 국화와 카네이션으로 만들어진 화환을 유해와 영정 앞에 올렸다. 참석자들이 묵념할 때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관을 두르고 있던 태극기는 국방부 의장대가 관을 땅속으로 내리기 전 우원식 이사장에게 전달됐다. 문 대통령 내외는 전날 방한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전달한 현지 홍범도 장군 묘역의 흙과 대전현충원의 흙을 섞어 내려진 관 위에 한 줌 뿌렸다. 허토 후 문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을 모신 관을 잠시 바라보기도 했다.

안장식에서는 카자흐스탄 현지 봉환 추진 영상과 장군 일대기 영상이 상영됐다. 지난 15일 봉환 때 홍범도 장군 유해를 실은 특별수송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자 공군 전투기 6대의 엄호를 받는 장면도 나왔다. 항일운동과 한국전쟁에 모두 참전한 김영관 애국지사는 봉환식 영상에서 “무장투쟁으로 독립운동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대선배를 늦게나마 모시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쓰라리고 아팠던 통한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오늘과 내일에 대비하는 자세를 새삼 다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조국을 떠나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까지 흘러가야 했던 장군을 비롯한 고려인 동포들의 고난의 삶 속에는 근현대사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온갖 역경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며 “우리는 다시는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절치부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선조들의 고난을 뒤돌아보며 보란 듯이 잘사는 나라,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강한 나라,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 우리를 존중해야 한다.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밝히고, 독립유공자들과 후손들을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애국지사들이 많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이 많으며, 가려진 독립운동의 역사가 많다”면서 “장군의 귀환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양국은 카자흐스탄에 남아 있는 홍범도 장군의 묘역 역시 지속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조해 고려인 사회의 정신적 명맥을 이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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