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를 깨야 새로운 답이 보입니다”

윤희일 선임기자

카이스트의 파격 실험 ‘거꾸로위원회’ 박효은 위원장

카이스트 ‘거꾸로행정위원회’ 초대 위원장 박효은씨는 “MZ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직장 내 소통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 ‘거꾸로행정위원회’ 초대 위원장 박효은씨는 “MZ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직장 내 소통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카이스트 제공

우리가 알던 모든 상식 ‘뒤집기’
전체 위원 12명 중 7명 MZ세대
논의 주제부터 제로에서 출발
후배가 선배의 멘토링 역발상도
세대 간 정보 비대칭 해소 초점

“‘답정너’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런 구태로는 우리 카이스트(KAIST)가 발전할 수 없으니까요. 새로운 답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꾸로 생각하고, 거꾸로 행동해야죠.”

카이스트 ‘거꾸로행정위원회’ 박효은 위원장(32·교무팀 직원)의 말에서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는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답정너’ 식의 인식이 우리 학교 조직에, 행정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런 학교 문화를 하나씩 바꿔가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거꾸로행정위원회는 카이스트가 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행정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1일 출범시킨 조직이다. 이 위원회는 이름 그대로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을 모두 뒤집는다. 나이가 많은 고위직들로 가득 차는 기존 위원회와 달리 이 위원회는 전체 위원 12명 중 7명이 MZ세대(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를 포함한 일반 직원이다. 가장 나이가 어린 위원은 25세다. 선임급·책임급 등 이른바 고참·선배 직원은 이 위원회에서는 ‘소수파’다. 위원장도 1989년생으로 MZ세대인 박씨가 맡게 됐다.

박 위원장은 “MZ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함으로써 직장 내 소통이 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싶다”면서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소통 통로를 우선적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주목하는 제도가 있다. 카이스트가 거꾸로행정위원회 설치와 함께 1일부터 시행하는 ‘거꾸로 멘토링’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거꾸로 멘토링’은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전통적인 개념의 멘토링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젊은 후배 직원이 처장, 부장 등 선배 보직자들의 멘토로 활동하면서 지도해 가는 ‘역발상’ 프로그램이다.

박 위원장은 “거꾸로 멘토링은 MZ세대의 문화와 가치관을 직급·나이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교류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면서 “거꾸로 멘토링 활동을 토대로 세대 간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해 나간다면 거꾸로행정위원회도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멘토링에서 멘토는 30대 미만의 MZ세대로 구성된다. 이들은 멘토링의 운영 방식은 물론 멘토링 장소까지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월 1~2회 멘티(선배 직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정보를 교류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박 위원장은 “멘토 3명이 멘티 1명을 온라인 공간이나 오프라인을 통해 만나 MZ세대의 직업관, 여가생활, 문화 등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이라면서 “최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법, 메타버스 등 기성세대들이 모르는 IT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전체 직원의 역량을 향상시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에는 MZ세대 한 명 한 명이 목소리를 내면 묵살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거꾸로위원회에 부여된 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의 뜻을 하나로 묶어 공인화된 의견으로 만든 뒤 학교 측에 올리겠습니다. 목소리는 당연히 총장실에까지 올라가야만 하겠지요.”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사무실의 조직도를 거꾸로 붙여놓고 일을 하거나 집 안에 있는 TV를 거꾸로 걸어놓고 보는 등 ‘발상의 전환’을 위해 애를 쓰는 ‘괴짜 총장’으로 유명하다. 거꾸로행정위원회와 거꾸로 멘토링도 이 총장의 이 ‘거꾸로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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