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주세요…월드컵 대표팀처럼, 포기 않고 기적 쓸 테니”

김현수 기자

백혈병과 싸우는 고교생 김재은양

손흥민 향해 ‘7’ 골 세리머니 요청

고교생 김재은양이 왼손 엄지와 검지를 펴 ‘7’자 모양을 만들고 있다. 김양 인스타그램 갈무리

고교생 김재은양이 왼손 엄지와 검지를 펴 ‘7’자 모양을 만들고 있다. 김양 인스타그램 갈무리

“저도 태극전사들처럼 포기하지 않고 기적의 드라마를 쓸 거예요.”

경북 칠곡군 순심여고 1학년 김재은양(15)은 지난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에게 특별한 ‘골 세리머니’를 부탁하는 글을 올렸다. 왼손 엄지와 검지로 ‘7’자 모양을 만들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쓴 장문의 편지다.

“뼈가 녹아내릴 것 같은 항암치료의 고통은 10대인 제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요. 손흥민 선수님이 골을 넣고 (손가락으로) 7을 그려주신다면 행운과 용기가 생길 것 같아요.”

이 같은 사연은 칠곡의 한 로또 판매점에서 1등이 한꺼번에 ‘7장’ 나왔다는 소식과 맞물린다. 김양의 아버지 김동진씨(43)는 4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 뉴스를 보고 ‘7’이라는 숫자에 행운이 찾아올 거란 생각에 사연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은 “칠곡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7이 행운의 숫자가 됐고, 손흥민 선수의 등번호도 7번이라 (세리머니를 한다면) 나에게도 행운이 찾아올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백혈병을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1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김양은 칠곡과 서울을 오가며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키가 172㎝로 커 초등학교 시절 투포환 선수로 활동하며 도 단위까지 출전할 만큼 건강했다. 그러다 대수롭지 않게 찾은 병원에서 급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청천벽력이었다. 지난 2월 본격적인 항암치료를 시작한 후 62㎏이던 체중이 51㎏까지 줄었다고 한다.

지난 3일 0시에 열린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도 치료 때문에 보지는 못했다. 김동진씨는 “(경기를 못 본 재은이가) 일어나자마자 한국의 16강 진출 소식을 전하고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며 “딸이 축구를 좋아해 월드컵 때마다 치킨을 주문해 같이 챙겨보곤 했다. 특히 손흥민 선수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딸의 머리카락이 항암치료로 빠지기 시작하자 자신의 머리도 짧게 깎았다.

김양은 “한국이 16강에 올라갈 확률이 11%였다는데 저의 완치 확률은 11%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며 “저도 태극전사들처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서 치료하고 친구들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