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청와대 출신 작가는 왜 86정치를 비판했나

윤승민 기자
황두영 작가는 세 번째 책 <성공한 민주주의, 실패한 민주주의>를 쓴 이유에 대해 “권위주의와 싸우는 민주당의 방식이 민주적이지 않을 때가 답답했다”고 말했다. 조태형 기자

황두영 작가는 세 번째 책 <성공한 민주주의, 실패한 민주주의>를 쓴 이유에 대해 “권위주의와 싸우는 민주당의 방식이 민주적이지 않을 때가 답답했다”고 말했다. 조태형 기자

황두영 작가(39)는 최근 펴낸 세 번째 책 <성공한 민주주의, 실패한 민주주의-86포퓰리즘 넘어서기>를 “가장 쓰고 싶었던 책”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그는 앞서 낸 저서 두 권에서는 혼인 없이도 가족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동반자법(<외롭지 않을 권리>), 한국 정치사의 후보 단일화 과정(<후보 단일화 게임>)을 각각 소재로 삼았다. 이번에는 민주당에 포진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를 직격 비판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황 작가는 “어떤 분들은 ‘책 내용 간에 연관성이 없다. 개별적인 주제로 (책을) 쓰는 게 특이하다’고는 했지만 제게는 나름 연결된 프로젝트였다”며 “(앞선 책에서) 현대사를 써 보는 연습이 됐고, 바뀌는 사회에 맞는 정책(생활동반자법)이 왜 민주당에서 나오지 못했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며 새 책을 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권위주의와 부패를 없애고자 하는 민주당의 진심은 알지만, 그 방식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했다. 그 이유를 풀어내고 싶었다”며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책에서 86세대 정치인들의 과거 공개 발언을 인용하지만 정치인 특정 개인보다 ‘86포퓰리즘’을 비판하는 데 집중한다. 세계를 ‘순수한 민중’과 ‘부패한 엘리트’라는 두 진영으로 나누고, ‘진짜 진실’이 은폐됐던 신군부 독재를 겪으면서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으며, ‘품성론’을 바탕으로 윤리적인 정치인들이 민중을 이끌어야 한다는 논리 구조가 민주화 이후 30여 년이 지났는데도 바뀌지 않고 포퓰리즘의 형태로 남았다는 것이다.

황 작가는 “(86세대는) 청년 시절 강렬한 성공과 실패를 맛봤고, 정치적으로 뚜렷한 지향점을 가지면서 오히려 유연해지지 못했다”며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보수 진영의 권위주의적 잔재를 없애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86세대식 정치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두영 작가는 세 번째 책 <성공한 민주주의, 실패한 민주주의>를 쓴 이유에 대해 “권위주의와 싸우는 민주당의 방식이 민주적이지 않을 때가 답답했다”고 말했다. 조태형 기자

황두영 작가는 세 번째 책 <성공한 민주주의, 실패한 민주주의>를 쓴 이유에 대해 “권위주의와 싸우는 민주당의 방식이 민주적이지 않을 때가 답답했다”고 말했다. 조태형 기자

86포퓰리즘은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 청산을 내걸고 민중을 결집하는 형태로 드러났지만, 조국 사태와 부동산 정책 실패를 거쳐 분화되는 국민의 개별적인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며 정권 교체 빌미를 제공했다고 황 작가는 평가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선될 때 적폐라는 불분명한 말을 쓰고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다”며 “대선 득표율이 압도적이지 않았음에도 탄핵 정국을 거치며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착시에 빠져 검찰개혁 등 정치적인 과제를 진행할 때 반발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20대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을 강조한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정책적 필요에 대한 응답이었지만, 대선에서 기본소득을 철회하고 ‘윤석열은 안 된다’는 메시지만 반복하며 이분법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대선 이후에도 ‘깨어있는 시민’과 ‘검찰 기득권’ 간의 대결만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민주당이 86포퓰리즘에서 벗어나는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은 2010년대 중후반까지 86세대 및 운동권을 충원하는 식으로 인력을 모았다”며 “핵심 당직자와 실무자 중에도 86세대 동지들이 많다. 몇몇 운동권 정치인만이 86세대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최근 공개석상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가리켜 ‘어린놈’이라 발언해 86세대의 언행이 도마에 오른 데 대해서는 “당 안팎의 (송 전 대표) 비판이 많지 않았다. (86세대가)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관대하게 여긴 일이 반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황 작가는 “86세대 정치인들로부터 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직접 듣지는 않았다”며 “86세대는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싶겠지만 달라져야 한다는 불안감도 가진 것으로 안다. 반발보다 호응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86포퓰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프로그램과 청사진이 필요하다. 특히 분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세금을 올리면서 ‘누군가는 피해를 보겠지만 우리가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식으로 솔직한 논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