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원해도 안 되는 게 있더라…포기도 용기, 미련 없이 떠납니다”

박효재 기자

K리그2 천안FC 골키퍼 임민혁, 은퇴 알리며 남긴 글…팬들에 ‘잔잔한 울림’

“간절히 원해도 안 되는 게 있더라…포기도 용기, 미련 없이 떠납니다”

두려움보다는 설레는 마음 더 커
아버지도 ‘고생했다’며 격려 편지
소외된 선수들 사회적응 도울 것

“포기하는 것도 용기고, 또 지금까지 잘 살아왔잖아요. 앞으로도 지금 살아온 것처럼 부딪치면 뭐든 좋은 결과가 있겠죠.”

축구선수 은퇴를 선언한 임민혁(30·사진)이 자신처럼 인생 제2막을 시작하는 이들을 향해 남긴 응원 메시지다. K리그2 천안시티FC 골키퍼였던 그는 2024시즌 개막일인 지난 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수 생활 은퇴를 알렸다.

그는 “서른 즈음 되면 대충 안다. 세상에는 간절히 원해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끝내 쟁취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훌륭함만이 삶의 정답은 아니기에 한치의 미련 없이 떠나 본다”고 적었다. 새 삶을 응원한다는 댓글에 달린 ‘좋아요’만 6000개를 훌쩍 넘겼다.

임민혁은 2015년 추계대학연맹전에서 고려대가 27년 만에 우승했을 당시 주전 골키퍼였다. 그해 23세 이하(U-23) 대표팀에도 선발됐고,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예비 명단에도 올랐다. 2017년 당시 1부였던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고, 2부 팀에서도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은퇴하기에 이르렀다.

임민혁은 7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설레는 목소리로 학창 시절 운동만 했던 이들, 연예인 지망생이었다가 다시 사회로 나와 적응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 어떤 심정으로 글을 썼나.

“평생 해오던 일을 그만하니까 그 심경을 짧게 글로 남기면 어떨까 생각했다. 평소에 글 남기는 것도 좋아해서 지인들이라도 보게 하려는 마음이었는데 이렇게까지 관심 가져주실 줄은 몰랐다. 내 성격상 아쉬움이 남으면 은퇴를 안 했을 것이다. 서른이 지나서 별다른 활약이 없으면 조금 놓아도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홀가분하게 은퇴할 수 있었다.”

- 골키퍼의 매력은 뭔가.

“최후의 보루인 게 가장 매력이다. 뭔가 든든해 보이기도 하고. 우리 팀 공격수든 수비수든 다 무너졌을 때 마지막까지 희망을 걸 수 있는 포지션의 선수이지 않나. 끝까지 골키퍼 한 명 때문에 많은 사람이 희망을 놓지 않는 게 가장 매력적이다.”

- 은퇴 후 주변 반응은.

“2월29일 팀과 계약이 해지되고 바로 다음날 은퇴를 선언했다. 팀 동료 선수들은 내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줄 알았다가 놀란 분위기였다. 아버지가 크게 실망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장문의 문자를 보내 ‘그동안 고생하면서 치열하게 했고, 큰 사고 없이 잘해왔으니까 이제 남은 인생은 조금 더 편하게 살라’고 하셨다. 은퇴하고 나서 처음으로 감정이 북받쳤다.”

-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남은 1년 학업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후 첫 번째 계획은 나처럼 소외되고 어린 선수들, 사라진 선수들, 꼭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연예인 지망생 등 다시 사회에 나와서 적응이 힘들 수 있는 사람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아직은 막연한 목표다.”

- 새로운 삶이 두렵지는 않나.

“두려움보다는 요즘 설렌다는 말을 엄청 많이 하고 다닌다. 지금 모든 시간이 내 시간 같은 기분이다. 힘들다는 운동도 했는데 뭐라도 못 부딪칠까.”

-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부딪치면 뭐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좋은 결과가 없으면 또 어떤가. 열심히 산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너무 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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