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해보세요, 맨발의 청춘”

글·사진 한대광 선임기자

맨발걷기 전도사 박동창 회장

지난 12일 서울 대모산을 찾은 시민들이 맨발걷기를 하기 위해 등산로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대모산을 찾은 시민들이 맨발걷기를 하기 위해 등산로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있다.

폴란드 은행장 근무 중 효과 체험
100곳 넘는 지자체서 ‘장려 조례’

지압·접지 등 효능 입증 팔 걷어
국제학술대회·걷기 축제도 준비

최근 공원 산책로나 등산로에서 맨발걷기에 열심인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황톳길·맨발흙길 등 맨발걷기 전용길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월 전북 전주시의회가 전국 최초로 ‘전주시 도시공원 맨발걷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한 이후 상당수 지자체 의회에서 비슷한 조례가 만들어졌거나 심의 중이다. 국회에는 지난 2월 ‘주택법’과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 ‘맨발걷기 길을 조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법률 개정안이 각각 발의된 상태다. ‘맨발걷기 열풍’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맨발걷기를 거론할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72)이다. 박 회장은 2006년 <맨발로 걷는 즐거움>을 시작으로 <맨발걷기학 개론> 등 최근까지 6권의 책을 펴냈다. 모두 맨발걷기의 효과와 이론을 정리한 내용이다. 맨발걷기 명소로 알려진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조성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도 박 회장과의 교분을 계기로 맨발걷기 전도사로 나섰다.

박동창 맨발걷기 국민운동본부 회장이 지난 12일 대모산에서 맨발로 등산을 하고 있다.

박동창 맨발걷기 국민운동본부 회장이 지난 12일 대모산에서 맨발로 등산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은행에서 근무했다. KB금융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까지 지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만난 박 회장은 “2001년 폴란드에서 은행장으로 일하던 중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는데 우연히 맨발걷기를 계기로 큰 병을 이겨냈다는 방송을 접한 뒤 집 주변에 있던 카바티 숲을 매일 한 시간씩 맨발로 걸으면서 건강을 되찾았다”며 “맨발걷기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을 꺼냈다.

박 회장은 당시의 경험을 기록으로 정리해 2006년 귀국 직후 책을 펴내는 것과 동시에 맨발걷기의 효과를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다. 2016년부터는 대모산에 ‘맨발걷기숲길 힐링스쿨’을 열었다. 지금도 매주 토요일 대모산에서 회원들과 함께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2018년에 만든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는 회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해 3월 국민운동본부로 확대 개편됐다.

박 회장은 “전주시의회의 조례 제정 이후 1년여 사이에 100개가 넘는 지자체 의회에서 맨발걷기를 장려하는 조례가 만들어졌다”면서 “별도의 회비 없이 운영되고 있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원이 10만명 정도인데 전국적으로 100만명가량이 맨발걷기 동호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압·접지·아치 등 3가지 이론을 근거로 맨발걷기의 유효성을 주장하고 있다. 발을 통한 지압효과는 오랜 세월 동안 한방치료가 이뤄진 터라 쉽게 이해되지만 접지·아치 이론은 아직 학문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제대로 연구·검증되지 않았다. 일부 외국 학자들 사이에서 접지 이론에 대한 연구 성과 발표만 있을 뿐이다. 박 회장은 “맨발걷기를 통해 건강이 회복됐다는 많은 경험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관련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2월에는 대한건강걷기연맹, 대한걷기치유학회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대학교수 등과 맨발걷기 확산은 물론 효과와 이론에 대한 학술적 분석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맨발걷기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동네 병원에서 파상풍 예방접종을 맞을 것을 당부했다. 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방을 주시할 것도 안내했다.

박 회장은 올해도 맨발걷기 조례 제정 확산과 함께 K-맨발걷기 축제, 맨발걷기길 100선 선정, 국제 학술대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이 맨발걷기 운동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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