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檢보다 못한 특검”…비난속 총선 악재 우려도

‘이명박 특검’의 수사결과를 받아든 통합민주당의 처지와 반응은 이중적이다. 표면적으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제기했던 모든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결과와 마찬가지로 ‘무혐의’라고 밝힌 특검의 발표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속으론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선 기간 내내 BBK 공세에 역량을 쏟아붓다시피했던 민주당으로서는 무엇보다 총선 국면에서 거센 역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다. 각종 의혹 제기와 관련, 한나라당으로부터 고소·고발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도 곁들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특검 발표가 나오자마자 작심한 듯 날선 비판을 가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당선인에 대한 조사를 머뭇거릴 때부터 우려했지만, 삼청각에서 꼬리곰탕을 드시는 모습에 이를 때는 답답했다”며 “결국 꼬리만 남겨둔 채 진실의 몸통까지 삼켜버린 것이 아닌지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검찰보다 못한 특검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특검 수사를 특검하는 ‘특특검’을 추진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장도 특검 성토의 목소리가 분출했다. 김동철 의원은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과, 정의가 사라졌고 국가기강도 무너졌다”며 “특검 관계자가 ‘누구를 기소해야 하느냐, 국민적 의혹만 해소하면 된다’고 했는데 국민적 의혹이 더 쌓였다”고 격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특검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속에서도 특검 결과가 향후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당선인에 대한 의혹이 특검에 의해 공식적으론 해소가 된 만큼 총선에서 공격점을 하나 잃은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했기 때문에 특검에 대한 공세를 이당선인측이나 한나라당으로 연결하기에도 명분이 약하다. 이날 정동영 전 대선후보의 주요 지지기반인 전북을 찾은 손학규 대표나 정전후보측이 약속이나 한 듯 특검 결과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은 이같은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총선에서의 후폭풍 가능성이다. 공식적으로야 “앞으로 국민과 함께 의혹 해소에 노력하겠다”(우대변인)고 강조했지만 지난 대선때 민주당측의 BBK 의혹 제기가 워낙 집요했던 터라 그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이당선인 관련 의혹 제기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 고소·고발된 정전후보와 민주당 의원들에게 검찰수사도 점차 조여올 가능성이 높다. 당 일각에서 “차라리 검찰이 의원들을 소환하고 잡아가서 ‘탄압받는’ 모습을 비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으로선 수세에 몰린 셈이다.

〈 최우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