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호남 중심 출발… 정책 모호·인물난 여전

구혜영·심혜리 기자

민주 탈당·경선 탈락 인사 대부분

무소속 안철수 의원(51)이 8일 새정치추진위원장을 발표하면서 신당 창당에 첫걸음을 뗐다. 정치권 제3세력으로서 골격을 만들 ‘신당 디자이너’를 뽑았다. 야권 재편은 물론 양당 체제 균열 등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 뼈대는 ‘탈(脫)진영, 호남 구심’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향후 신당 항로와 관련, ‘콘크리트론’을 내놓았다. “콘크리트가 단단한 기둥이 되기 위해서는 모래와 자갈, 물이 함께해야 한다”며 “복잡한 사회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 이념과 가치가 융합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존 양당 구조와 보수·진보의 이분법적 진영을 벗어나 독자적 깃발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구조와 틀을 바꾸는 일” “한쪽 이념에 치우치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이념적으로는 중도개혁을 기반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이는 공동위원장 인선을 통해 일부 구체화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추진위 공동위원장들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이계안·김효석 공동위원장, 안 의원, 박호군·윤장현 공동위원장과 송호창 소통위원장. | 김기남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추진위 공동위원장들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이계안·김효석 공동위원장, 안 의원, 박호군·윤장현 공동위원장과 송호창 소통위원장. | 김기남 기자

지역적으로 호남을 구심으로 삼은 점도 눈에 띈다. 호남의 ‘안철수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동인이자 배경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 지지율을 보면 신당이 민주당을 앞선다. 호남에선 1당인 셈이다. 이런 차원에서 새정치추진위 공동위원장인 광주·전남비전21 윤장현 이사장(64)과 김효석 전 의원(64) 인선은 상징적이다. 두 사람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전남지사 출마가 거론된다. 안 의원은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인선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들의 영입은 호남에서 민주당과 일전을 겨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또 뒤로 미룬 신당 로드맵

문제는 안철수신당의 시도가 여전히 ‘초기 진행형’일 뿐이고, 전망도 모호한 안갯속에 있다는 점이다. 제3세력화에 걸맞은 새 정치 구상은 아직도 희미한 편이다. 안 의원은 “가치 비전 정책은 차차 말하겠다”고 했다.

세력화 시기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안 의원은 신당 창당 시기에 대해 “따로 (창당) 로드맵을 설명드리는 시간을 갖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안철수 신당, 호남 중심 출발… 정책 모호·인물난 여전

호남에서 출발한 세력화는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현재까지 면면만 보면 ‘새 정치’ 목표에 부합하는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하거나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대부분으로 민주당 ‘의존도’가 높다. 야당의 호남지역 의원은 “이렇게 하다간 과거 민주당이 호남에 작대기만 꽂으면 된다는 식의 ‘호남 작대기론’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외연 확장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라 할 만하다. 영남지역의 인물난은 여전하다. 당초 뜻을 같이한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장하성 소장은 이름이 빠졌다. 일찌감치 예고된 공동위원장 발표가 이날까지 늦어진 것도 박호군·김효석 두 공동위원장이 막판까지 고심하고 수락을 미루면서였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윤철 교수는 “광범위한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면 안철수라는 개인 브랜드를 뛰어넘는 조직적 힘이 나타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치권 반응도 시큰둥하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새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야권이 분열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대체 ‘새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지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각 당에서 탈락한 정치 지망생들의 이합집산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조급함과 준비부족이 엉킨 개문발차”라고 깎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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