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부서도 “작은 핀잔도 못 견뎌”…총선 악재 우려 ‘급수습’

박용하 기자

임미리 교수·경향신문 고발 취하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이낙연·김부겸 등 철회 요구
SNS ‘민주당만 빼고’ 후폭풍

임 교수 고발의 명분 강조하려
안철수 싱크탱크 출신 등 거론
당 안팎 비판 여론만 더 키워

더불어민주당이 자당을 비판한 칼럼 필자와 언론사를 고발했다가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자 고발을 취하했다. 4·15 총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고발 취하에도 불구하고 “오만하다”는 후폭풍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14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5일 경향신문과 임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고발 철회에 대해 “(오전 회의에서) 공당이 일개 교수를 상대로 고발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도부의 공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고발 당시에는 법적 조치가 가져올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고발 취하는 총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고발 사실이 알려진 직후 김호기 연세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박권일 사회비평가 등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민주당만빼고’ 해시태그와 함께 민주당을 비판하는 “나도 고발하라”는 운동이 벌어졌다.

당 내부에서도 철회 요구와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전날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임 교수 고발을 취하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도 이날 “지금 이 건은 누가 뭐라 해도 중도층의 이반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은 SNS에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고 했으며, 홍의락 의원(대구 북을)은 “어쩌다 이렇게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적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도 “(임 교수가)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지 못한 것을 질책하는 부분 등은 우리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별도의 사과 표명을 하지 않았다. 고발 취하에도 역풍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비판 여론이 일자 고발을 취소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이 임 교수를 고발한 명분을 강조하기 위해 그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싱크탱크 ‘내일’ 출신이란 전력을 강조하며 뒤끝을 남긴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전력을 거론하며 정치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얄팍한 수라는 것이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날 임 교수의 과거 전력을 들춰내며 공격에 나섰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고발 철회를 했으나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듯하다”고 말했다.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는 “자유한국당 세력이 오랫동안 ‘자유’라는 말을 능멸해왔다면, 민주당은 ‘민주’라는 말을 능멸하고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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