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맹지 부동산 투기 의혹’ 김기표 靑비서관 사의···또 ‘인사검증 참사’

박홍두·김상범·심진용 기자

“개발 무관” 해명에 비판 비등 놀란 여당, 청에 ‘우려’ 전달

대선 앞둔 악재 빨리 ‘손절’

야 “꼬리 자르기 묵과 못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기표 반부폐 비서관 경질 관련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기표 반부폐 비서관 경질 관련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49)이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으로, 사실상 경질한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다”고 사의 수용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김 비서관이 임명된 지난 3월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으로 시끄러웠던 때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투기 의혹을 걸러내지 못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가 또다시 ‘인사참사’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비서관은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게 아니더라도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도리와 사회적 책임감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라는 뜻을 밝혔다”며 사의 표명 사실을 전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5일 공개한 고위공직자 수시재산등록사항을 보면, 김 비서관은 39억2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중 부동산 재산은 총 91억2000만원 가량으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14억5000만원),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상가 2채(65억5000만원), 경기 광주 송정동 근린생활시설(8억3000만원)과 인근 임야(4900여만원) 등이다. 금융 채무는 56억2000만원에 달했다. 고가의 주택·건물 매입 자금은 이른바 ‘영끌(영혼 끌어모으기) 대출’로 마련한 것으로 추정됐다.

광주 송정동 임야의 경우 도로가 연결돼있지 않은 ‘맹지’(盲地)라는 사실이 뒤이어 드러나 논란을 더했다. 송정지구 개발로 신축되고 있는 아파트·빌라 단지와 인접해있어 투기성 매입이 의심됐다. 김 비서관이 해당 임야 일부와 붙어있는 땅 또한 소유하고 있었으나 재산신고를 아예 하지 않은 점도 뒤늦게 알려졌다.

김 비서관의 ‘맹지’ 구입 등 투기 의혹에 야당은 사퇴를 촉구했고,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특히 김 비서관이 의혹 제기 이틀 만에 자진 사의 표명을 하게 된 데에는 이 같은 추가 의혹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비서관이 전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오해를 드린 점 대단히 송구하다”면서도 “송정지구 개발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토지”라고 해명한 것도 비판을 오히려 더 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문이 확산되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청와대에 신속한 거취 정리를 건의했다. 대선을 앞둔 송 대표와 민주당으로선 ‘부동산 내로남불’ 악재가 다시 여권으로 번지는 점을 차단하기 위해 청와대 측에 강력히 경질 필요성을 전달한 것이다. 송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김영호 당대표비서실장을 통해 (청와대에) 민심의 우려를 전달했고, 청와대가 신속히 처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송 대표는 “청년들에게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을 40~50%로 제한하면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5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 투자했다는 건 법률적 문제가 없어도 부적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 검증 시에 부동산 내역을 확인했고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전날 김 비서관의 설명이 국민 눈높이에 납득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면 당연히 인사권자로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 부합한 조치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빠른 경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앞서 청와대는 김 비서관 임명 20일 전인 지난 3월11일 비서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투기의심 거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는 LH 사건으로 정부를 향한 비판이 고조되던 때다. 김 비서관은 임명 전이어서 조사대상은 아니었지만 부동산 민심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은 완전하지 않고 비판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사 검증 당시) 본인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까지는 청와대 검증 시스템이 알 수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 더 깊은 검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또 터진 ‘부동산 내로남불’ 악재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이 있는 당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 권유’를 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까 걱정하는 기류가 강하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수십억원대 ‘빚투’를 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라니, 더 할 말이 없다”며 “국민 정서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는 꼬리자르기로 끝낼 생각 말라”며 공격했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인사검증 과정에서 투기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라면 국민 기만”이라면서 “이참에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과 정부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사원의 부동산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경기 광주 송정동 토지.토지내에 가건물이 하나 있고, 전기는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내부에는 화장실과 천정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다. 토지 입구에는 김기표명의로된 거축허가표지판이 걸려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경기 광주 송정동 토지.토지내에 가건물이 하나 있고, 전기는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내부에는 화장실과 천정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다. 토지 입구에는 김기표명의로된 거축허가표지판이 걸려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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