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만에 최대 위기…휘청이는 ‘이준석 리더십’

유정인·박순봉 기자

여가·통일부 폐지 주장·재난지원금 번복으로 내부 비판 봇물

대선 과정 ‘리스크’ 부담…‘0선·원외 대표’ 한계 극복 과제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13일 국회에서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13일 국회에서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36)가 취임 한 달여 만에 리더십 시험대에 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전격 합의했다가 번복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13일 “합의가 아니다”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 비판을 잠재우진 못했다. 이 대표가 띄운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부터 여야 합의 번복 사태까지 내부 반발이 노출되면서 30대 대표로 주목받은 ‘이준석 체제’에 생채기를 남겼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희숙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들(여당)이 4년 내내 국민을 현혹시킨 ‘전 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라며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이 대표를 비난했다. 대선 출마의지를 밝힌 원희룡 제주지사도 SNS에서 “실망스럽다”고 이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당내에서 “전 국민 지급은 여당의 선거용인데, 지금이라도 빨리 대표가 정리해야 한다”(한 중진의원),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파장이 가라앉지 않자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송 대표와의 회동 결과에 대해 “확정적 합의보다는 가이드라인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넓히는 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야기했다는 설명이다. 양당 수석대변인이 전날 회동 직후 “소상공인 지원을 두껍게 하는 안,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전한 것과 다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이 아니어서 그 부분에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며 “종전과 같은 입장으로 추가경정예산을 심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원내지도부가 ‘오해’ ‘당론은 유지된다’는 입장을 확인하며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것이다.

대선 경쟁에 돌입한 시점에 내분 양상을 보이는 것이 악재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조금 미숙한 부분이 있었지만 대표를 공격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면서 “정식 합의문을 쓴 게 아니니 톤다운해 정면 돌파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도 “(대선을 앞두고) 리더십 이야기가 나오면 당에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내부 반발을 다 가라앉히진 못했다. 원 지사는 SNS에 재차 글을 올려 “(당대표가) 독단적 스타일로 인식되면 리더십이 성립되기 어렵다”면서 “정권교체를 향한 선거 경쟁에서도 리스크 관리는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했다. 다른 중진의원은 “정책협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토론 패널로 발언하는 것과는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공개 분출됐다. 유경준 의원은 SNS에서 “(여야 대표 합의는) 하나의 합의를 두고 서로 유리하게 해석하며 협상해오던 흔한 방식과 다를 바 없는데 당내에서 서로 비난하기 여념이 없다”면서 “국민들이 보기엔 당내 어른들의 ‘훈수’는 ‘꼰대 행세’로 비춰질 뿐”이라고 했다. 대선 주자인 하태경 의원도 SNS에서 “합의 본말을 전도해 이 대표가 퍼주기식 재난지원금에 합의한 것처럼 비난하는 건 지나치다”고 했다.

당이 수습 국면으로 가더라도 이 대표 리더십에 의구심이 분출되면서 ‘이준석 리스크’ 표현이 따라다니게 된 것은 부담이다. 이 대표는 ‘0선’ ‘원외 대표’ 한계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조해진 의원은 SNS에 “대선을 앞둔 제1야당 대표는 이 엄중한 시기에 역사적 책임과 무게를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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