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측 “‘반듯이’ 호남 동료들이 잘 쓰는 말”
이재명 후보 “오월정신 모독, 표기 실수 바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 5·18 민주묘지 방명록에 쓴 ‘오월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는 글귀를 두고 11일 여야 간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윤 후보는 “오월정신을 똑바로 세우겠다는 뜻으로 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권에서는 “오월정신이 비뚤어져 있다는 의미냐”고 공세를 폈다.
윤 후보는 지난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의 오월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맞춤법에 어긋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드시(틀림없이 꼭)’를 ‘반듯이(비뚤어지지 않고 바르게)’로 잘못 썼다는 것이다.
윤 후보 측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반듯이’를 썼다고 해명했다. 윤 후보는 11일 전남 목포시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똑바로의 의미(로 쓴 것)”라며 “‘반듯이 한다’는 말은 호남 출신 동료들이 잘 쓰는 말이다. 제가 그런 걸 감안해서 그렇게 썼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오월정신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힘 대선 후보가 오월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고 하는 건 오월정신이 비뚤어져 있다는 의미로 오월정신 모독”이라며 “5월 정신을 반듯하게 세우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표기 실수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인 우원식 의원도 SNS에 “오월정신이 비뚤어졌다는 건가”라며 “사과하러 온 자리에서조차 저렇게 방명록에 글을 쓰는 걸 보면 정말 준비 안된 후보가 확실하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SNS에 “민주와 인권의 오월정신은 반듯하게 서있다”며 “본인의 자세나 반듯이 세우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 캠프에서는 “반듯하게 잘 쓴 글을 비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오월정신을 비뚤어지게 왜곡하는 사람들”이라며 반박했다. 김근식 캠프 비전전략실장은 SNS에 “오월정신을 계승하고 앞으로도 반듯하게 세워나겠다는 의미가 저들에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라며 “오월정신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것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오월정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왜곡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 6월에도 맞춤법에 어긋난 글귀를 적었다는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윤 후보는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지평선(대지의 끝과 하늘의 경계선)을 열다’를 ‘지평(사물의 전망이나 가능성)을 열다’로, ‘성찰(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은 ‘통찰(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뚤어 봄)’로 쓰는 게 맞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