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도입 법안 국회 상임위 통과···재벌 편법 승계 악용 우려도

박광연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 한해 1주당 최대 10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도입 법안이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향후 재벌 대기업의 경영권 편법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를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산자중기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복수의결권 도입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 17명 중 14명이 찬성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반대했고,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기권했다.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 한해 회사 주식 1주당 2~10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창업주의 경영권 상실 가능성을 낮춰준다는 취지다. 상법상 ‘1주 1의결권’이라는 주주평등 원칙의 예외를 인정해 벤처 성장을 촉진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시민사회와 학계 등에서는 향후 재벌의 경영권 편법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 법이 통과되면 향후 재벌에도 복수의결권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핵심이다.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만 적용하고, 복수의결권 존속 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며, 상속·양도하거나 대기업집단 편입시 보통주로 전환하는 등의 제한 규정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조정훈 의원은 이날 “일단 법이 통과되면 벤처기업이 아니더라도 복수의결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올 것”이라며 “여러 가지 이유로 재벌 (편법)승계 가능성에 큰 문을 열어준다”고 반대했다. 류호정 의원도 “재벌 대기업 세습에 (법이) 악용될 경우 사회에 미칠 영향력이 너무 크기에 반대한다”며 “악용될 여지에 대해 다들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는데 저희는 그럴 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안 통과를 추진해 온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러한 주장을 반박했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은 “(복수의결권을 활용한) 재벌 상속 우려는 현재 법상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수요자인 중소기업과 비상장 벤처기업이 제도 도입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도 “다른 데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기에 안된다고 하면 대한민국에 통과될 법이 하나도 없다”며 “또 다시 문제가 되면 다 같이 문제제기 하고 그런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복수의결권이 재벌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악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주식 1의결권을 기본 전제로 하면서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나라들, 특히 벤처업계가 상당히 활성화 된 국가들은 대부분 이 제도를 수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재벌의 영향력 때문에 (이 법을) 만드는건 전혀 없다. 대자본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돼서 기분이 참담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상임위를 통과한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은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게 된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찬성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추진 필요성을 밝힌 터라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현 정부의 ‘공정경제’ 기조와 어긋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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