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당 의원들이 왜 도와주지 않느냐.”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사이 갈등의 배경에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가 놓여 있다. 갈등은 회의에서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 최고위원이 “난 후보의 지시만 받는다”고 발언해 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또다른 논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조 최고위원은 20일 비공개 회의에서 윤 후보의 메시지라고 주장하며 이를 전달했다. 조 최고위원이 공유한 윤 후보의 메시지는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기재 의혹과 관련해 “후보 아내와 관련한 사과는 온전히 후보 몫이다”, “같은 당 의원들이 왜 도와주지 않느냐”는 취지였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후보의 “서운하다”는 말을 조 최고위원이 전했다고 했다.
조 최고의원의 후보 메시지 전달에 일부 참석자는 당혹의 뜻을 표했다. 김씨 의혹과 관련해 후보 측이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한 적도, 선대위 차원에서 마땅한 대응 전략을 제시한 적도 없었다는 반박이었다. 당시 한 참석자는 조 최고위원을 향해 “후보와 전화를 하고 왔으면 (그런 발언을) 말려야 할 사람이 왜 의원들에게 일을 하네 마네 하느냐”는 취지로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 전 일부 의원들에게 ‘교수 출신 의원 8명이 함께 성명을 내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같은 시간강사는 엄격한 검증 없이도 임용 가능하다는 성명을 내 김씨의 허위 이력 의혹에 공동 대응하자는 의견이었다.
조 최고위원이 대독한 윤 후보의 “서운하다”는 취지의 메시지에 대해선 해석이 갈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후보가) 자신에게 배우자 문제를 사과하라고 한 의원들에게 서운하다고 얘기했다는 말을 전한 것”이라며 “위험한 메시지였다”고 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해당 발언을 배우자 의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역할해달라는 주문이었다고 풀이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서운하다는 말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의에서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을 향해 “모 언론에서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발로 나오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저를 향한 부정적인 보도에 대응하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기사에서 당 관계자는 김씨 허위 이력 기재 의혹에 이 대표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선대위 홍보미디어본부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조 최고위원이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발언하면서 두 사람 사이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두 사람의 높아진 언성이 회의장 밖으로 들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