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력 한계 노출 등 부작용에 패배 땐 ‘후보직 양보’ 위험도
윤석열 “안 후보와 결정” 언급…후보 간 담판·흡수 통합 뜻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논의에서 여론조사 방식은 원천 배제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일화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상반된 의견이 공존하지만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가 여러 측면에서 윤 후보에게 손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만큼 안 후보를 ‘흡수통합’하는 것이 리스크 없는 안전한 길이라고 본다. 여론조사 결과로 단일화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패배하면 후보직을 넘겨줘야 하는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윤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단일화는 안 후보와의 담판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10분 안에도, 커피 한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9일 중앙일보), “단일화를 한다면,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7일 한국일보)이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단일화 반대론자인 이준석 대표는 지난 8일 KBS 라디오에서 “안 후보가 놓인 처지나 이런 것을 봤을 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 가당치 않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7~8일 조사해 전날 발표한 결과를 보면 다자 대결에선 윤 후보 40.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36.9%, 안 후보 10.0% 순이었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윤 후보 대 이 후보는 44.8% 대 39.5%, 안 후보 대 이 후보는 45.6% 대 35.9%로 조사됐다. 다자 대결에선 4배의 지지율 차이를 보이지만, 야권 단일 후보로서 안 후보 경쟁력은 윤 후보보다 앞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야권 후보는 ‘막대기’만 세워도 정권교체 여론이 높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는 ‘막대기론’은 윤 후보에겐 부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방식을 거쳤을 때 최악의 경우 윤 후보가 패배해 후보 자리를 넘겨주는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양자 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안 후보를 반드시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패배하지 않더라도 지지율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 후보 자체의 경쟁력이나 중도층 확장 능력에선 한계를 보여주는 셈이 된다.
양자로 치러지는 여론조사는 안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양자 여론조사를 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역선택을 해서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대결에서 안 후보에게 압도적 차이를 보이지 못한다면 지분 배분의 문제도 까다로워진다.
윤 후보가 가까스로 승리할 경우 안 후보와 국민의당이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할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윤 후보 집권 시 내각 구성과 지방선거 공천권을 두고 힘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치게 되면 갈등 노출과 나눠먹기 비판이라는 새로운 리스크에도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