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ㅇㅋㅋ” 안철수 조롱···‘이준석 정치’의 명과 암

유설희 기자

당 대표의 직접 소통 신선 평가 속

비아냥·조롱조 화법으로 부정적 영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대표실 제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대표실 제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 직접 반박하는 댓글을 다는 등 공격적인 SNS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당 대표의 직접 소통이 신선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비아냥과 조롱조의 ‘이준석식 화법’이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당내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는 24일 이 후보가 SNS에 쓴 “아시아나 거점 공항은 무안 국제공항으로 포스코지주회사는 포항에”라는 글에 “거점공항이 뭔지 알고 하시는 얘기냐?”라며 직접 댓글을 달았다. 이 대표는 댓글에서 “무안공항이 포커스 시티가 되면 아시아나가 노선망을 어떻게 짜야 된다는 얘기냐. LCC(저비용항공사)도 포커스로 삼기 어려워서 철수하는 상황에 재정상황이 거덜난 FSC(대형항공사)의 포커스 시티로 삼아야 한다니…”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에도 이 후보가 5G 와이파이 관련 공약을 밝힌 SNS 글에 “전월세 가격 왕창 오르고 5G 와이파이 받으면 이득인가?”라고 댓글을 단 바 있다.

민주당 측은 “무례함이 도를 지나쳤다”며 반발했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서 “극단의 태도, 극단의 말하기는 사람들 간의 괴리만 넓힌다”며 “사회적, 정치적으로 중요한 포지션에 있는 것 치고는 상당히 안하무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댓글 정치를 두고 공개적인 SNS상에서 이슈를 놓고 공방을 주고받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신선하지 않느냐”며 “기존 정치인이 하듯 SNS에 본인의 입장을 밝히는 데에서 더 나아가 상대 정치인의 SNS 공간에 직접 찾아가서 댓글을 단 것은 소통 방식이 발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당원들도 전투력 좋은 이준석을 선호해서 대표로 뽑아준 것 아니겠느냐”며 “당대표가 되어서도 ‘이준석 스타일’을 잘 지키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대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유세차 사고로 사망한 지역 선대위원장 장례를 마친 뒤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완주 의지를 내비치자 이 대표가 지난 20일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라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패륜적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라”며 반발했다. 백혜련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정치인이기 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를 저버린 망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에는 안 후보의 “윤 후보가 단일화가 겁나서 도망쳤다”는 발언을 두고 SNS에 “댓글로 ㄹㅇㅋㅋ네글자만 치세요”라며 안 후보를 조롱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ㄹㅇ ㅋㅋ’는 진짜라는 뜻의 은어인 ‘리얼’(real)의 초성 ‘ㄹㅇ’과 ‘ㅋㅋ’의 합성어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의 주장을 비꼬는 뜻으로 사용된다. 국민의당은 논평에서 “‘조롱의힘’으로 개명하라. 국민의힘에는 더 이상 일말의 품격도 없다”며 반발했다.

이 대표에 대한 국민의당의 감정적인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이 대표로부터 제안받은 내용을 감안해볼 때 이 대표의 안 후보의 지속적인 비난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이 대표의 진심이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여러분들을 뵙자고 했다”고 밝혔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히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고인의 뜻을 훼손하는 발언을 한 이후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며 “이 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안 후보에게 정치적인 예우를 해주려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표리부동한 모습으로 조롱을 할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의 발언이라면 무시할 수 있겠지만 당대표의 발언이라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라며 “감정적인 문제로 (단일화 논의 등에) 발목을 잡히는 일은 없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 회의에서 “당 대표를 비롯해 우리 모두가 사감이나 사익이 아닌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SNS에 “이 대표님 안 후보에 대한 조롱을 멈춰주시길 요청드린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대표님의 조롱이 아닌 조력”이라고 적었다. 홍준표 의원도 전날 자신이 만든 ‘청년의 꿈’ 플랫폼에서 이 대표의 조롱 섞인 글을 비판하는 한 누리꾼의 글에 “좀 심한 거 같지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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