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까지 갈라친 이준석…SNS선 ‘#전장연 후원’ 봇물

윤기은·이유진 기자

‘남녀 쪼개기’ 이어 이동권 요구 지하철 시위에 “시민 볼모”

인권운동가 “부적절 프레임…이동권 투쟁 본질 보라” 지적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의원 총회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의원 총회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을 볼모 삼는다.” “언더도그마(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고 인식하는 현상) 담론으로 묻으려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수십년간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 찾기 운동을 이같이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촉구를 위한 장애인들의 노력은 곧 여당 대표가 될 30대 정치인의 몇 마디로 폄훼됐고, 갈라치기 여론전의 ‘볼모’가 됐다.

이 대표가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놓은 장애인 지하철 시위에 대한 비방에 대해 장애인 인권운동가들은 “부적절한 프레이밍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이동권 투쟁의 본질을 보라”며 반발했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정책실장은 이 대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27일 기자와 통화하며 “‘악다구니’를 쓰지 않아도 되는 방법으로 지난 수십년간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며 “이 대표의 ‘언더도그마’ 발언은 장애인 차별의 역사를 생략하고 (장애인들을) ‘갑자기 나타나서 행패 부리는 사람’으로 프레이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판하며 “서울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 93.0%”라는 수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수치라는 점, 계량화된 숫자로 드러나기 어려운 제약과 차별을 은폐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장애인 시위를 비판하는 것은 ‘차별받는 게 유세냐’며 장애인 시위에 대해 빈정거리는 일부 시민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는 장애인 시위를 ‘언더도그마’라는 한 단어로 정리해버렸다. 장애인들이 욕먹을 것을 알면서 ‘시위를 벌이는 이유’를 돌이켜봐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정책을 ‘약자를 위해 베푸는’ 관점이 아닌 ‘당연한 권리 보호’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지난 26일 SNS에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애인이 시민을 볼모로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 구조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교통약자의 이동에 제약이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고 해소하는 정책과 예산을 마련하라는 시민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SNS에서는 시위를 주도하는 장애인 단체에 대한 후원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26일 하루 동안 트위터 등 SNS에서 ‘전장연 후원’이란 해시태그는 1035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서울교통공사 공식 계정 게시글 아래 전장연 후원 인증 사진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후원 참여를 독려했다. 후원 릴레이의 배경에는 이준석 대표와 서울교통공사의 ‘갈라치기’식 여론전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누리꾼은 후원 인증과 함께 “다음 세대가 살 세계는 지금보다 더 낫기를 바란다. 차별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남겼다.

장애인까지 갈라친 이준석…SNS선 ‘#전장연 후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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