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강행하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내부 우려는 ‘만장일치’가 되고 침묵만 남아···왜?

박홍두 기자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4월 내 입법 추진과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서 비등했던 반대와 우려가 수면 아래로 잠잠해졌다. 당 지도부와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강행 처리 속도전과 대안 부재 등에 대해 적지 않은 비판 여론이 제기됐지만 50여일밖에 남지 않은 6·1 지방선거를 위해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려는 선거 전략 앞에서 입을 닫은 것이다. 서울 등 중도층 표심이 관건인 지역의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향후 대여 관계에서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선 패배 이후 ‘지지자 정치’를 향한 일사불란함에만 매몰돼 진지한 토론과 자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정책의원총회 결과 검수완박 입법 당론 추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의총 브리핑에서 “적어도 마지막에 당론 추인에 있어서 이의 제기를 표한 의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의총에 참석했던 의원들에 따르면 이날 의총에서는 검수완박 입법의 속도전과 대안 부재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비판과 우려가 상당히 나왔다. 하지만 결국 당 지도부와 강경파의 주도로 당론으로 채택됐고, 이에 대한 더 이상의 토론 요구나 항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우려를 제기했던 한 의원은 의총 직후 “분명히 문제가 있는 추진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내부 분란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없지 않나라고 생각한 의원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의총 이후에도 공개적으로 반대·우려 의견을 밝힌 의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되려 의총에 참석했던 청년 비대위원들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비판에 나섰다. 권지웅 비상대책위원은 13일 비대위 회의에서 만장일치 당론 채택과 관련해 “제가 본 현장 분위기와는 너무 달랐다”며 “이견이 존재했고 좁혀지지 않은 채로 (당론이) 결정됐다. 이번 의사결정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태진 비대위원도 “개인적으로 무기력함을 느꼈다”며 “민주당이 정말 변화를 원하는 것일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침묵’에는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 인식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대선 패배 이후 석달도 안 돼 시행되는 선거인 만큼 대선보다는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고 그럴수록 지지층 결집이 승리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대선 패배에 실망한 35~40%의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는 것이 투표 응집력이 약한 중도층보다 중요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수도권 등 전통적으로 중도·무당층 표심이 당락에 중요한 곳들의 출마자들 사이에선 적잖은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서울 지역 출마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민의 관심은 검수완박보다 코로나 등으로 인한 민생과 부동산 문제 해결이 더 크다”며 “선거 전 정쟁이 불가피한 이슈는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도 “다시 검찰개혁을 1순위로 내세우는 모습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저는 두렵다.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할 자신이 없다”며 “청년들에게는 검찰 문제보다 주택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더 무섭다. 대선 패배 반성이 논의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선거 전략 차원뿐 아니라 근본적인 정당 정치의 모습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권리당원 등 지지자들의 요구를 실현하는 정당의 책무는 당연하지만 그 사이에서 제대로 된 토론보다는 일사불란함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1990년 3당 합당 당시 노무현 의원이 이의를 제기하며 토론을 요구한 사례를 회상하는 당 관계자들도 있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문자메시지 폭탄을 받더라도 옳고 그른 것을 따져 묻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팬덤정치에 갇혀 지나치게 눈치만 보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172석의 거대 야당으로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민주당이 대선 성적표인 ‘47.83%’의 득표율에 매몰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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