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검증 법무부 이관 속전속결…시행령 국정의 함정

유정인·심진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30부산엑스포 유치지원위 전략회의 및 민간위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30부산엑스포 유치지원위 전략회의 및 민간위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속전속결로 31일 마무리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는 ‘시행령 국정’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국가 운영에서 예민한 의제를 행정부의 시행령으로 초단기간에 밀어붙이는 동안 의견수렴 과정은 실종되고 정국 마찰음은 극대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수의 시행령 손질을 예고해 향후에도 시행령 국정을 둘러싼 충돌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이관하는 데 눈에 띄는 속도전을 폈다. 법무부의 관련 시행령 입법예고부터 이날 국무회의 의결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이다. 지난 24일 법무부가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및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 24~25일 이틀의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26일 법제처 심사, 27일 차관회의 통과까지 하루 단위로 시행령 개정을 위한 행정절차가 이뤄졌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는 개별 부처의 직제개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인사검증 기능을 분산하는 것을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로 강조해왔다. 국가 운영의 방식과 공직자 인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취임 3주일 만, 입법예고로부터 7일 만에 시행령을 통해 처리한 것이다.

속전속결에서 의견수렴 과정은 대폭 축소됐다. 행정부 내에서 이뤄지는 시행령 개정에서도 의견수렴 과정은 필수적이다. 행정절차법은 법제처와 상의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의 입법예고 기간을 두도록 한다. 시행령 손질이 행정부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민의를 국정에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 이뤄지도록 하려는 취지가 담겼다. 이틀의 입법예고로 이 같은 제도의 취지는 사실상 유야무야됐다.

‘과정’이 실종된 속도전은 대결 정국으로 이어졌다. 당장 야당에서는 입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을 통해 인사검증 기능을 이관한 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세종시 유세에서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소, 권한쟁의 소송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조직법에 법무부 사무가 ‘검찰, 행형, 인권옹호, 출입국관리 등 법무관련 사무’로 한정되어 있는 만큼, 시행령으로 법을 넘어설 수 없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은 전날 각종 기업 관련 규제 완화를 두고 “대통령령과 부령으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은 이미 기업 처벌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소야대 국회라는 입법부 내 불리한 조건을 뚫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행령 국정이 이어질 경우 ‘야당 반발 →국회 내 대결 고조 → 다시 시행령 국정’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하던) 비밀스러운 업무가 법무부로 이관되면서 국회 상임위의 감독을 받을 수 있고 오히려 투명하게 바뀌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며 “법을 개정하는 것이 맞느냐, 시행령을 하는 것이 맞느냐 논란이 있는데 (시행령으로 하는 것이) 어떤 법적 문제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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