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편중 인사’에 여당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비판 나와

권성동 원내대표, 윤 대통령에 당내 우려 전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출신 편중 인사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이러한 당내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어제 제가 통화해서 ‘더 이상 검사 출신을 쓸 자원이 있느냐’고 하니 (윤 대통령이) ‘없다’고 말했다”며 “윤 대통령이 아마, 당분간은, 다음 인사 때까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검사 출신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검사 출신 편중 인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충분히 그런 비판이 가능하다”면서도 “대통령이 평생 검사로 생활했기 때문에 진짜 중요한 부서나 직위에 대해 믿을 만한 사람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인재 풀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 부분은 이해해주셔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당내 우려를 전달하려 전화를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원내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당내 의원들이나 기자들이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해) 걱정하는 여론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이날 출근길에 검사 출신 기용에 대해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고 답한 데 대해선 기자들과 만나 “(내 말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윤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검사 출신을 다시 기용하겠다고 했고, 전 당분간 행정 부처 주요 직위에 검찰 출신 기용이 없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선 이달 들어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에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 검사 출신이 임명되자 검찰 편중 인사를 비판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검사는 사람의 과거를 캐는 데 특화된 사람이라 국가 정책의 미래를 구상하는 자리에 두면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대선 때도 ‘검찰공화국’이란 우려가 많았는데, 상대 진영에 비판의 빌미를 주는 검찰 편중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이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중심에 쓸 수밖에 없는 심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좀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검사 출신이) 너무 많아지면 판단도 한 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일각에선 검사 출신 인사들이 사정 정국을 조성하면 그 불똥이 여당에도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원들 사이에선 행정부에서 경력을 ‘세탁’한 검사 출신 인사들이 차기 총선에서 대거 ‘친윤석열’계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를 견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