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완박·입법완박 대결 확전…윤 대통령 "시행령 수정요구는 위헌소지"

유정인·김윤나영·정대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입법부의 행정입법 통제를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위헌 소지가 많다”고 밝혔다. 여야가 각각 ‘정부완박’(행정부 권한 완전박탈)과 ‘입법완박’(입법부 권한 완전박탈)을 주장하며 충돌하는 상황에서 야당 추진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으로 여야 충돌 전선은 확대됐다. 당분간 정국 경색과 대결정치 장기화가 불가피해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건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어떤 법률안인지 봐야 하는데 언론에 나온 것 같이 시행령에 대해서 (국회가)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시행령 내용이 법률 취지에 반하면 국회에서 법률을 더 구체화하거나 개정해서 시행령이 법률의 효력에 위배되면 (시행령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은 대통령이 정하는 거고 그 시행령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방식과 절차에 따르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이 국회법 개정안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데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입법에 착수할 경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읽힌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를 예고한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시행령)과 총리령·부령(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이 입법부인 국회가 정한 법률에 위배되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행정입법을 다루는 소관 행정기관 장은 이를 처리하고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해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기능이 강화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정부 손발을 묶는 ‘정부완박’이라며 반발하고, 조 의원은 행정입법을 통한 국정운영은 ‘입법완박’이라고 맞서고 있다.

윤 대통령의 대응 속도는 빠른 편이다. 국회에서 실제 개정안이 발의되기 전에 반대 입장부터 분명히 했다. 입법부의 한 축인 야당을 자극할 수 있는 속도다. 사전에 야당의 국회법 개정안 입법 드라이브를 차단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반대는 새 정부가 ‘시행령 국정’에 무게를 둬 온 점과 닿아있다. 민주당이 과반(170명)을 차지하는 여소야대 국회는 윤 대통령 임기 초반의 주요 국정 리스크로 꼽힌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국회를 거치지 않는 행정입법을 통한 우회로를 여소야대 국회 돌파구로 삼아왔다.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은 야당 반대를 뚫고 시행령 개정으로 설치했고, 기업 규제 완화를 두고도 “대통령령과 부령으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지난달 30일)고 속도전을 예고했다. 입법부의 시행령 통제가 강화할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정 동력을 시행령에서 찾으려는 여권과 중앙정부·지방정부 권력을 모두 내준 상황에서 정부 견제 도구를 늘리려는 야권이 서로 물러설 공간은 많지 않다. 네거티브 위주의 비호감 대선, 그 대선의 연장전으로 불린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진영간 ‘협치’와 ‘정치’의 공간이 대폭 축소된 것도 이번 ‘시행령 통제’ 논쟁의 탈출구를 좁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가세하면서 여권과 야권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정입법을 통제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반헌법적이고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며 “거대의석으로 사사건건 새 정부 발목을 잡겠다는 다수당의 폭거”라고 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대통령이 ‘위헌 소지가 많다’고 단언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법률 취지에 반하는 시행령은 국회에서 법 개정으로 무효화하면 된다’는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는 “모법을 다시 개정하라는 것은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처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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