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수박…‘계파의 늪’에 빠진 여야, 민생은 뒷전으로

박홍두·조미덥 기자

여, 친윤 ‘민들레’ 놓고 분화, 과거 친박 내 ‘충성경쟁’과 비슷

야, 전대 앞두고 친명·비명 간 공방 격화…‘수박 논쟁’이 기름

모두 당권 장악에만 관심 “힘 있는 권력에 줄서기 역사 반복”

<b>당 행사장서 웃으며 인사</b>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호남 당선자 축하 행사’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당 행사장서 웃으며 인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호남 당선자 축하 행사’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현충원 참배하는 우상호</b>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 등 비대위원들이 13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현충원 참배하는 우상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 등 비대위원들이 13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 정치권이 계파정치로 달아오르고 있다. ‘민들레전쟁’ ‘수박전쟁’으로 대변되는 계파 결집·해체 논란을 놓고 연일 내부 견제·설전을 벌이면서다. 여야 모두 겉으로는 계파정치를 탈피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다음 총선 등을 바라보고 계파별로 당권 장악 시나리오를 가동한 것이다. 그사이 민생현안은 뒤로 밀려난 모습이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을 구심으로 자기 세력을 구축하려는 ‘계파 본색’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당내 모임으로 출범하려던 ‘민들레’(민심들어볼래) 모임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 측근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일한 장제원·이용호·이철규 의원 등이 주축이 돼 결성하려던 모임이었지만 곧바로 당내에선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만의 사조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여권 내 세력화를 도모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 친윤석열계 맏형 격인 정진석 의원은 “개소리”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얼굴을 붉혔다.

민들레 모임의 공식 출범이 속도조절에 들어갔지만 당내에선 계파결집·확대 시도를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실제 박근혜 정부 때 친박근혜계가 ‘진박’(진짜 친박), ‘뼈박’(뼛속까지 친박) 등 신조어로 대표되는 충성 경쟁을 벌이면서 국정농단 사태에 이르게 했다는 책임론에 휩싸였던 전례가 다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에서 차기 당권과 총선을 앞두고 친윤 대 비윤 구도의 계파 정치가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 등 연패를 한 상황이지만 주류 계파 간 충돌이 어느 때보다 격렬하다. 선거 패배의 책임론과 오는 8월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놓고 당내 계파들이 첨예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대선 전후 신주류로 떠오른 친이재명(친명)계는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요구했고, 구주류인 친문재인계를 비롯한 비이재명(비명)계에서는 이 의원의 책임론을 추궁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비명계인 정세균계와 이낙연계 의원들이 계파 모임 해체를 선언했다. 이들은 “선거 패배 책임 논쟁이 계파갈등으로 비춰지고 당 쇄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해체 이유를 설명했지만 친명계 의원 일부는 “친명계 압박용”이라고 맞받았다.

여기에 ‘수박논쟁’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재명 의원 측 강성 지지층이 이낙연 전 대표 측을 겉과 속이 다르다고 폄훼하는 은어인 ‘수박’을 놓고 계파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자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박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 안 두겠다”고 질타하며 중재에 나서기까지 했다.

민주당에선 정책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민주주의 4.0’ ‘더좋은미래’ ‘처럼회’ 등 모임도 해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양이원영 의원은 13일 “우리 당이 ‘성주들의 연합’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우리 정치는 힘 있는 권력에 대한 줄서기식 계파정치만 집중해온 역사가 많았고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라며 “계파정치 때문에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면 계파의 리더들이 리더십을 보여서라도 국민을 위한 정치로 돌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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